여자는 '새 눈', 남자는 '개 눈'?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97]색맹 비율은 남성이 월등하고 색깔 구분능력은 여성이 앞서

등록 2016.01.19 14:09수정 2016.01.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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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새? , 남자는 개?' 남녀가 성별은 다를망정 공히 사람이니 감히 새나 개에 비유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눈의 기능상 특징만 따진다면 여자는 새와 비슷한 구석이 있고, 남자는 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눈의 기능은 빛을 감지하고, 색을 구별해 내는것이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색을 가려내는 유전적 특성만큼은 여자가 새를 닮은 데가 있고, 남자는 개와 유사한 면이 있다.

포유류가 아니라도 대부분의 동물들은 색을 동일한 원리로 구분한다. 바로 원추세포를 통해 색깔을 알아내는 것이다. 노루 같은 들짐승이나 거북 같은 파충류도 예외가 아니다. 원추세포는 눈의 망막에 자리하고 있다. 망막에는 원추세포 외에도 빛을 감지하는 막대세포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색에 대한 감각, 즉 '색각'만큼은 원추세포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사람은 '보통' 세 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다. 흔히 빛의 삼원색으로 불리는 빨간색, 녹색, 파란색 대역에 각각 잘 반응하는 원추세포가 망막에 자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녀는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을 망정, 이렇게 3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상'인 경우로 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온전한 3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실질적으로 2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색맹(혹은 색약)이다. 색맹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건, 이른바 '적록' 색맹이다. 적색 계통 혹은 녹색 계통의 색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는 게 말 그대로 적록색맹이다. 이는 적색과 녹색을 구분할 수 있는 색소를 갖춘 원추세포가 결여돼 있거나, 있다 해도 제 기능을 충분히 못 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2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대표적인 동물은 개다. 과거에는 이런 이유로 개는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고 흑백으로만 사물을 인식한다고 알려졌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개는 사람만큼 다양하게 색깔을 인식하거나 구별해내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색을 구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개의 눈에도 세상은 '컬러'라는 것이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이쯤에서 짐작했겠지만, 2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사람의 절대 다수는 남성이다. 인종 혹은 민족마다 약간 차이가 있는데, 색약 혹은 색맹인 남자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여성은 1%도 채 안 된다. 3종류가 정상인데 하나 모자란 사실상 2종류의 원추세포만을 갖고 있다면 불리할 것만 같은데 유리한 점도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색맹 혹은 색약인 사람은 위장 물체를 배경색으로부터 더 잘 구분해낸다는 것이다. 풀숲에 군인이 위장 매복하고 있다면 남자들이 여자보다 그 같은 군인을 더 잘 발견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여자들 가운데는 흥미롭게도 4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자들은 여성 인구의 최대 10%라고 하지만, 대략 2~3%쯤이라는 게 보다 설득력이 있다. 동물 가운데는 적잖은 조류가 4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다. 새들로서는 먹잇감인 열매가 제대로 익어 독성 등이 없어졌는지를 파악하려면 색각이 뛰어나야 할 것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4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 '슈퍼 색각' 여성들은 마치 새처럼 보통 여성들보다 색을 훨씬 정밀하게 가려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색각이 발달한 것은 양육 자녀들에게 줘야 할 음식 등 먹을거리에 이상이 있는지를 판별하는 데 색깔 구분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남녀의 색각이 이처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원추세포 관련 유전자가 주로 X염색체에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색각 #개 #새 #염색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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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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