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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년간 학습지를 만드는 에디터를 했습니다. 글 쓰는 게 좋아서 출판사에 들어갔지만 그 일을 하면 할 수록 내 인생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내 작업을 하는 게 주된 일이라는 점은 잘 맞았지만, 계속 문제를 내고, 틀린 글자와 체계가 맞지 않은 부분을 글자와 음성에서 찾아내야 하는 일은 제가 잘하지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몇 년을 하다 보니 더 이상 이 분야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책도 열심히 읽고 글도 쓰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분야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진과 꽃꽂이 그리고 도서 MD 쪽이었죠. 사진은 너무 즐거운 일이었지만 직업으로 하기엔 체력적으로 부족함이 있었고 나머지 두 가지 일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언니가 자신의 남편이 작곡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작사가가 따로 있다고요. 아! 맞다. '작사가라는 직업이 있지! 나도 글 쓰는 걸 좋아해왔으니까 한 번 해볼까?'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일 속에 영혼을 담고 그걸 나눌 수 있는 일. 그게 내가 갈망해 오던 일이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벌써 3년이나 된 일이네요.
평일엔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엔 열심히 가사를 썼습니다. 그러다 인디밴드 작곡가 분께 제 가사를 보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제 가사를 좋아하시면서 제 가사의 일부분에 멜로디를 붙여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신기했죠. 그때 처음 자신감을 가졌고 열심히 해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쓴 가사가 노래가 돼서 세상에 들려진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제야 내 인생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때마침 계약직으로 있던 회사에서 계약직들을 모두 정리해서 회사를 나왔고, 다시 취직하지 않고 작사에만 전념했습니다.
그 후 퍼블리싱과 계약해 곡을 받고, 작곡가 분들을 찾아 다니며 인사하기도 했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더 이상의 희망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곡이 뽑히고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두 번째 곡의 가사를 쓸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았고, 다시 취직하지 않은 것도 후회스러웠고, 해도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가족 앞에서도 면목이 없고 막막해서 '다시 전에 했던 일로 돌아가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her>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남자 주인공 직업은 편지 대필작가였습니다. 그걸 보면서 전에 자서전 대필작가를 구하는 공고를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작가가 작사가는 아니지만 글을 쓴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 그간 가사를 쓰려고 노력한 것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직업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다가 자서전 대필을 비롯해서 각종 매체에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라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기자나 카피라이터로 취직을 하기에는 언제나 이미 늦은 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프리랜서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게 딱 내 일이다 싶었죠.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힘을 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심심풀이로 읽던 잡지와 인터넷 뉴스 기사들을 열심히 정독하며 마치 기자가 된 것처럼 샘플 기사를 써서 매체 이곳저곳에 보냈더니 거짓말처럼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객원기자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용돈 정도 밖에 벌지 못하고 많은 량의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어서 자유기고가라 말하기에는 민망합니다. 앞으로 잘 풀릴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글을 쓰고 싶은 내 바람이 작사가로서의 실패 앞에 무너지지 않은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제 경우에 비춰보면 순수하게 자신의 마음의 말을 듣고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작더라도 분명히 성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이렇게 행복을 찾아가는 제 자신이 기특하고 앞으로 글을 쓰다 힘든 일이 있으면 지금의 이 마음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간의 많았던 아픔과 눈물이 앞으로 큰 열매를 맺을 거라 기대하며 또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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