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창녀의 한탄 "누가 이 짓 좋아서 하나"

한국 매매춘 1번지를 다녀오다

등록 2016.01.24 11:01수정 2016.01.2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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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 1번 출구 ⓒ 이정근


지하철 종로3가역. 1-3-5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이다. 1번 출구를 나서면 금빛 찬란한 보석가게가 있고 가판대 2개가 있다. 거기에 5분만 서있어 보시라.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놀다 가요."
"쉬었다 가요."


한 두 명이 아니다.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대여섯 명이 몰려온다.

"예?"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4만 원 줘요."
"3만 원."
"난 만 오천 원."

조선시대 육의전 거리여서 그럴까. 금방 장이 선다. 매매본능이다. 3만 원을 호가한 여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눈빛을 받은 여인이 앞선다. 뒤따라갔다. 골목길로 접어든다. 피맛골 간판이 보인다. 귀금속 상가가 즐비한 번화가와 한 블록만 사이지만 뒷골목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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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피마골 ⓒ 이정근


임진왜란 때, 충주를 접수한 왜군이 장호원에 이르렀다는 보고를 받은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갔다. 몽진이라 치장한 줄행랑이다. 분노한 백성들이 궁궐을 불살라버렸다. 경복궁이 불타버리고 임금이 창덕궁에 있던 시절. 광화문 앞 의정부와 육조에 있던 고관대작들이 임금을 알현하려면 3가와 1가 사이 운종가는 필수 코스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견마잡이의 어느 '나리' 떴다는 소리. 정승 판서가 지나가면 당상관 미만 관료는 말에서 내려 머리를 조아려야 했고 일반 백성들은 땅에 머리를 박아야 했다.

피맛골은 서얼과 서민들의 배설구

백성들이 그 꼴 보기 싫어 택한 길이 피맛길이다. 말 그대로 말을 피한다는 피마(避馬)다. 때문에 피맛길은 관료에 대한 저항의 길이었고 신분사회에 대한 분노의 배설구였다. 탁배기(막걸리) 한잔 걸치고 불평불만을 쏟아내다가 인근에 있는 좌포청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도 다음날이면 또 뿜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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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위기일발 영화 포스터 ⓒ 경향신문


얼마쯤 갔을까. 피카디리 극장이다. '숀 코네리' 주연의 <007 위기일발>을 개봉해 대박을 터트렸던 전설의 극장이다. 대한극장, 스카라극장, 중앙극장과 함께 외화관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시대의 물결을 이기지 못하고 멀티플렉스로 변신했다.

광장을 벗어난 여인이 골목길로 스며든다. 따라갈 수밖에, 여인이 모텔 앞에 멈췄다. 힐끗 뒤돌아본다. 따라 들어오라는 눈빛이다. 따라 들어갔다. 요금 받는 주인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다.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주인장의 꼼수를 CCTV가 도와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방으로 직행했다. 2평 남짓 작은 방에 침대 하나, 브라운관 TV, 정수기가 전부다.

"빨리 옷 벗어."

여인이 침대에 걸터앉으며 재촉한다.

"시간은요?"
"30분."
"그 이상이면요?"
"또 쎈놈이 왔나보군. 아이, 재수없어."

여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투덜거린다.

"왜요."
"추가 요금 내."
"얼마요?"
"따블."

천장을 쳐다보았다. 때 아니게 선풍기가 매달려 있다.

"왜? 돈이 없어 그래? 돈도 없으면서 뭐하러 길게 하려고 그래. 대충 하고 가. 내가 빨리 하게 해줄테니까 빨리 하고 가."

많이 봐준다는 투다.

"안 하고 가도 되죠?"
"안 하려면 뭐하러 들어와?"
"얘기 듣는 게 더 재밌는데요."
"씰데 없는 소리 하지 마. 하러 왔으면 하고 가야지. 어서 벗어. 벗기 싫으면 내놓기만 해."
"옷도 안 벗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기 종묘공원에 가면 공동변소가 있거든.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라도 들어가서 싸. 인생사 아귀다툼하면서 살지만 먹고 싸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 먹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싸는 건 안 돼. 처음 본 사람끼리 무슨 정이 있어? 사랑이 있어? 싸고 가면 그만이지."

여인이 바지 지퍼를 만진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신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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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비치품 ⓒ 이정근


"물어보는 건 다 말해 줄 수 있지만 사진은 안 돼. 나도 아들이 있고 손주가 있잖아. 걔들은 인터넷도 잘하고 스마트폰도 잘한단 말이야. 내 얼굴이라도 나와 봐. 어떻게 되겠어?"

"조금 아까 '또 센놈이 왔나보군' 하면서 한숨을 짓던데 이런 일 하면서 제일 싫은 사람은 누구에요?"
"술 취해 들어와 시간 질질 끌면서 하지도 못하고 사람 피곤하게 하는 놈이지."
"그런 사람 진짜 있어요?"
"말도 마, 실컷 하구선 그것 못 했다구 준 돈 달래가지고 가는 놈도 있어."

"그 다음 반갑지 않은 손님은요?"
"대물이지."
"대물이라니요?"
"거 왜, 비정상적으로 큰놈들 있잖아."
"그런 사람 정말 있어요?"
"며칠 전에도 그런 사람 하나 받았는데. 딱 보니까 아니더라구. 그래서 받은 돈 돌려주면서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고 그랬지."
"그랬더니요?"
"이 사람이 눈알을 부라리면서 막 화를 내는 거야. **년들이 사람 차별한다고... 그래 무서워서 했지. 저기 저걸 뭉텅이로 바르고 했는데도 무지 아프더라고. 끝나고 그놈 간 뒤에 보니깐 쓰라린거야. 며칠 일을 못했지."

그녀가 가리킨 곳에 싸구려 로션 병이 을씨년스럽게 서있다.

죽지 못해 하지, 누가 이 짓 좋아서 하나

"나이도 있고 한데 왜 이런 일을 하세요?"
"아들 둘이 있지만 지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용돈 한 푼 안 줘, 몸은 아프지, 약값은 들어가지, 공장에 가서 일도 해보고 식당에 가서 일도 해봤지만 이젠 나이 먹었다고 안 써줘. 앉아서 죽을 수야 없잖아? 누군 이 짓 하고 싶어서 하나. 죽지 못해서 하지."
"힘든 일 하기 싫어서 이런 일 하는 건 아니에요?"

"부인하진 않아,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건데 어떡해."
"사는 사람이 먼저에요? 파는 사람이 먼저에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와 같은 소린데, 적어도 여기서 만큼은 파는 사람이 먼저야. 물론,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 예측하고 나왔지만 파는 사람이 있으니까 사는 사람이 있잖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팔라고 말해봐, 당장 성희롱 죄로 잡혀갈 거니까."

여인의 눈동자가 야트막한 천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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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 10층 석탑 상륜부가 무너져 내린채 방치돼 있다. 연산 때 폐사되어 고종 34년 영국인 브라운에 의해 근대 공원으로 탈바꿈할 때까지 폐허였다, 사람들은 석탑이 있는 이곳 주변을 탑골이라 불렀다. 뒤에 남산과 명동성당이 보인다. ⓒ 서울역사박물관


'종3'의 매매춘 DNA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은 손에 피를 많이 묻혔다. 가슴앓이를 하던 그의 부인 정희왕후 윤씨가 지아비의 업(業)을 씻기 위하여 종로에 큰 불사를 일으켰다. 원각사다. 유교 국가에서 절집은 눈엣가시. 주군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임사홍이 절집을 폐하여 궁중기생 양성소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장악원(掌樂院)과 연방원이다.

육림에 빠져 있던 연산의 입이 귀에 걸렸다. 채홍사를 통해 전국에서 뽑혀온 여자들이 가흥청 2백, 운평 1천, 광희 1천을 헤아렸다. 선발됐다고 해서 다 임금 곁에 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여기에서 9등급으로 나뉘어 가무와 방중술을 익혔다. 임금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자를 지과(地科) 흥청, 잠자리를 같이하는 자는 천과(天科) 흥청이다. 승은을 입었다고 해서 왕의 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직첩을 받아야 비로소 임금의 여자가 되었다.

연산군의 여자들이 가무와 방중술을 배우던 자리

연산군이 강화도 교동에 위리안치 되면서 장악원의 전성시대도 끝났다. 건물은 파괴되었고 십층 석탑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곳을 탑골이라 불렀다. 여자들은 주변의 점집, 보살집, 무당집으로 스며들었다. 탑골 승방의 효시이고 퇴역 궁녀들의 안식처 정업원의 명맥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유민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사람들이 장마당에 나와 생계를 이어가듯이 호구지책으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육의전과 함께 성장했다. 물건이 모이고 돈이 흐르니 유곽이 발달했다. 그 여세는 조선왕국이 패망하고 일제강점기에 더 번창했다. 국일관, 명월관, 장춘관, 식도원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꼬리는 3공으로 연결됐다, 요정 정치의 전설, 기생 관광의 원조 오진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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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상경 ⓒ 서울역사박물관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났다. 물고 물어뜯는 동족상잔은 국토를 황폐하게 만들고 국민들의 가치관을 흔들어 놓았다. 뭘 해서든 먹고 살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한반도를 덮쳤다. 윤리와 도덕은 거추장스러웠다. 의정부, 동두천, 문산, 이태원에 미군 상대 양공주가 출현했다. 5.16후, 농촌 경제가 피폐해지자 무작정 상경바람이 불었다. 남자들은 공장과 노동판에 흘러들어가고 여자들은 방직공장과 껌 공장에 취직했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여자들은 식모살이와 가내공업으로 흘러들었다.

무작정 상경한 처자들, 인신매매단의 밥이었다

무작정 상경한 시골 처녀가 서울역에 내렸다. '눈뜬 사람 코도 베어간다'는 서울에 내려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서성거리면 취직 시켜준다는 사람이 접근했다. 그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얻어먹으면 야수에게 걸려들었다. 돈에 욕심을 부리는 애들은 양공주로 보냈고 인물이 반반한 아이들은 '종3'에 박았다. 그밖에 신통찮은 애들은 서울역 앞 도동과 양동, 염춘교 건너 합동에 팔아먹었고 창신동 기동차 길 옆 사창가에 집어넣었다. 인신매매의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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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당시 봉익동 1시 방향 건물이 공사 중인 세운상가다 ⓒ 서울역사박물관


1968년 9월. 세운상가 신축을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김현옥 시장이 공사현장을 시찰 나왔다. 그가 시장이라는 것을 알길 없는 아가씨가 그를 붙잡고 '놀다 가세요, 쉬었다 가세요'라고 호객 행위를 했다. 충격을 받은 시장이 집무실로 돌아가 '종3' 없애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른바 '나비작전'이다.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은 김현옥. 그는 박정희 소장이 군수기지 사령관할 때 항만사령관을 하던 후배다. 5.16 때 부산시장하면서 박정희 눈에 들어 서울시장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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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종묘 앞 ⓒ 서울 역사박물관


10월 4일, 경찰 기동대 234명을 풀어 경계를 서고 236명의 철거반원을 투입해 '종3' 초토화 작전에 들어갔다. 달아내고 붙여낸 무허가 판잣집이었기 때문에 합법을 내세운 강권행사였다. 끝까지 버티던 아가씨 100여 명은 노량진 부녀보호소로 끌려갔다. 작전반경엔 성당이 있었다. 창녀와 수녀. 전혀 어울리지 않은 그들이 공존하던 '종3' 그 사창굴이 와해됐다.

그 때 뿔뿔이 흩어진 400여 명의 윤락녀들이 청량리 588로 가고, 용산역과 영등포역으로 갔다. 거기서 새끼 친 애들이 미아리 텍사스로 빠지고 천호동으로 갔다. 그 후, 종묘 공원 공사로 뿌리째 뽑혀 나가는가 싶었는데 피카디리 주변과 봉익동 일대에 살아 있다. 끈질긴 생명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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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교 위 기동차 동대문에서 출발한 기동차가 뚝섬을 향해 달리고 있다. 뒤따라오는 차는 합승버스. 기동차는 전차와 차종도 다르고 운영주체도 달랐다. 2시 방향 건물이 한양대학교다 ⓒ 서울역사박물관


"이런 일 몇 년이나 됐어요?"
"그런 걸 왜 물어?"

여인이 짜증을 낸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멍석을 깔아 주었다.

집을 나온 촌닭, 서울역에 내리다

"새벽에 서울역에 내리니까 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사람이 붙는 거야. 잘생긴 놈이었어. 낯선 땅에 내려 갈 곳도 없는데 살갑게 대해주니까 무장해제 돼버린 거지. 순진한 촌년이었지. 따라가서 밥 한 끼 얻어먹은 게 엮인 게지."
"그 다음 어디로 갔어요?"
"지금 남대문경찰서 뒤쪽 도동 골방으로 끌고 가서 쳐 넣더라고."
"그래가지고요?"
"다짜고짜 치마를 벗겨, 좋은데 갈려면 딱지를 떼야 한다고."
"잠자코 있었어요?"
"발악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주먹질이었어. 눈탱이가 밤탱이 되었어."
"지금도 미워하세요?"
"소도둑놈처럼 험악하게 생긴 놈이라면 저주하겠지만 그래도 잘 생겨서 그런지 미워하는 마음은 없어. 여자들이란 애나 늙은이나 잘 생긴 놈한테는 약하단 말이야."

여인의 입가에 미소가 내려 앉는다.

고령화 사회의 웃픈 신 풍속도

"나이가 몇이라고 하셨죠?"

"내 나이 칠십이 넘었지만 여기선 중닭이야. 팔십대도 있다구."
"육십대는요?"
"걔들은 영계지."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젊은 애들은 잘 벌어 집도 사고 그런 애들도 있지만 우린 그렇게 못 벌어."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그만 하시지 그래요."
"여긴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잖아. 마누라가 죽어 상처한 사람, 늘그막에 뜻이 맞지 않아 황혼 이혼한 사람, 젊었을 때 가족에게 못되게 굴어 집에서 쫓겨난 사람, 그런저런 사연 많은 사람이 이 근처 쪽방에 700명이야.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뚱아리 보시한다고 생각하고 일해. 그게 위안이 돼."

고령화 시대의 신 풍속도다.

추임새가 있고 음향이 좋은 방

그 때였다. 옆방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린다.

"방음이 전혀 안 돼 있네요."
"그게 우리에겐 좋아."
"왜요?"
"옆방에서 내는 소리가 상승효과를 내거든. 옆방에서 추임새를 넣고 음향을 넣어주니까 빨리 하고 내려오더라구. 히히히."
"저게 진짜 하는 소리에요?"
"진짜가 어딨어? 그냥 소릴 질러주는 게지."
"남자가 알면 기분 나쁘잖아요?"
"남자들도 알면서도 좋아 하더라고."
"손님을 해주기도 하지만 돼버릴 때도 있어요?"
"있지. 뭔가 끌리는 손님이 오면 '하면 안 돼'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돼버릴 때도 있어. 걔하고 마음은 따로 노는가봐."
"왜 하면 안 되라고 하세요?"
"하고나면 축 처져 일을 못하겠어. 그것도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나봐."

여인의 모습이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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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디리 광장 ⓒ 이정근


"여기도 종묘파와 피카디리 파가 있다면서요?"
"종묘 공원에 박카스 팔고 막걸리 파는 여자들이 있었어. 그 여자들이 술친구 해주고 노래방에 따라가고 그래서 오천 원도 받고 만 원도 받고 그랬어. 그런데 공원에 공사판이 벌어져서 그 여자들이 지하철 역사 안으로 스며드니까 역 직원이 쫓아내고 경찰이 단속해, 지금은 종묘 앞 대명상회에 진을 치고 있어. 걔들하고 우리는 물이 달라. 우리는 술 한모금도 안 하고 딱 그것만 하고 끝인데 걔들은 술 먹고 수다 떨고 같이 놀고 그래. 우리가 화끈파라면 걔들은 질퍽파지."
"그 여자들이 이쪽으로 오면요?"
"머리채 잡히고 난리나지. 텃세라 하면 이 바닥에 제일 셀걸."

"외국인도 있나요?"
"이북에서 온 탈북녀는 없는데 조선족은 몇 명 있어."
"경찰이 단속하나요?"
"피카디리 앞에서 사복 입고 서 있다가 우리가 손님 데리고 모텔로 들어가면 뒤따라와서 문 따 게 하고 남자 여자 다 경찰서로 데리고 갔어."
"그래서요?"
"벌금 냈지. 이래 봬도 나라에 세금 내는 애국자라고."
"그건 세금 아니고 벌금이잖아요."
"벌금이나 세금이나 그게 그거지. 기사 쓰려면 똑바로 써, 요새 기자들 보니까 완전 쓰레기들이더라고. 테레비에 나와서 하는 소리 들어보니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이제 그만 하셔도 되지 않느냐'라는 투로 이야기 하는데 그런 우라질 놈들이 어딨어. 지 애미가 그렇게 당했어도 그렇게 말하려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놈들이야."

여인이 호흡을 가다듬는다.

"우리 입에 할머니들을 올리는 것 자체가 그분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지만 말 나온 김에 한마디 하겠어. 우리야 자발적으로 하지만 그 할머니들은 강제로 끌려갔잖아.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겠어. 과부 속은 과부들이 잘 안다고 그 할머니들 속은 우리가 잘 알아. 아무 관련 없는 사람하고 그 짓 한다는 게 얼마나 고역인줄 알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우리야 돈 벌기위해서 한다지만 그 할머니들이 무슨 죄야? 나라가 힘이 없어 그 할머니들이 끌려가서 고초를 겪었는데 한을 풀어주어야 할 나라가 할머니들을 힘들게 하고 있으니 두 번 울린 게지."

여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위안부 #윤락녀 #종3 #탑골공원 #연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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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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