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숲제주도 중산산지역이 사려니숲(신령한 숲)길을 걷는 여행자들, 내가 찾았을 때(18일) 그곳엔 눈보라가 휘날리고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김민수
착륙 전 비행기 창가로 바라본 제주의 바다는 하얀 포말의 크기로 보아 바람이 제법 많이 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비행기 트랙에 내려서자 '제주의 찬바람'이 "훅!" 하고 폐부 깊숙이 들어와 내가 제주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내가 상상하고 원했던 1월의 날씨가 아니었다. 올 겨울 내내 날씨가 따스했기에 부지런히 올라온 제주의 꽃들도 만나면서 미리 봄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일정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전국에 한파주의보가 내렸고, 예보는 틀리지 않았다.
일단 식후경, 식당 앞에 있는 바다는 높은 파도와 바람과 눈발때문에 서 있을 수 조차 없었다. 이런 날씨엔 실내이거나 그나마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숲을 여행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사려니숲을 떠올렸다. 지금은 제주도를 찾은 많은 여행자들의 필수코스가 되었지만, 내가 살 때만 해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길이었으며, 물찻오름 입구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해서 사려니숲길을 걷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사려니숲의 야생화에 취해 안방 드나들듯 숲길을 걷곤 했었다.
'그래,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고 눈이 오는 날은 그곳이 제격일거야. 아직 폭설까지의 수준은 아니니 조심조심 가면 입구까지는 차량으로 갈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