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창원공장.
윤성효
이번 소송에서는 비정규직들이 '파견 근로자인지' 여부가 하나의 쟁점이었다. 한국지엠 사측은 "근로자 파견관계가 아니라 도급관계이고, 원고(비정규직)들은 각 협력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았으며, 피고(한국지엠)가 원고들을 상대로 한 지시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이행보조자에게 할 수 있는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사 판결(2013년 2월 8일 대법원, 옛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유죄)에서 피고와 협력업체들의 관계가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실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며 "파견근로자 관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고용간주 규정의 위헌성'이었다. 고용간주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말한다.
한국지엠은 "고용간주 규정은 일정한 요건사실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상호 간에 직접 고용관계의 성립을 의제하고 있어 사적 자치(계약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직업의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하고, 직접 고용이 간주될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의 법률관계가 어떠한 내용으로 형성되어 간주되는지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며, 법률유보의 원칙 내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계약․직업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고용간주 규정은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상반되는 사적 이해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2년이라는 기간이 경과되면 일률적으로 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며, '침해 최소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며 "이 규정이 계약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을 말한다. 한국지엠은 고용간주 규정이 이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용간주 규정은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해하거나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 규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률유보의 원칙 내지 권력분립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고용간주 규정은 기본권 제한이 본질적인 사항에 관하여 국회가 직접 결정함으로써 그 실질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한 규율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라며 "이 규정은 법률유보의 원칙 내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평등원칙 위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규정의 입법 과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규정에 의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의 차별적 취급은 합리적이고, 입법자의 자의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임금 차액 지급 의무'에 대해서도 한국지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지엠은 "파견근로자에 불과한 원고들이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당연히 청구할 근거가 없다"며 "정규직들이 받은 임금과 원고들 자신이 실제로 받은 임금의 차액을 청구하는 것을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의 각 고용의제 시점에서 기산하여 정규직 직급상 가장 낮은 5직급을 적용하여 산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비정규직 5명에 대해 각각 5400만~7300만 원 정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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