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 같은 첨탑, 왜 만들었을까

[이탈리아여행 5] 신의 은총이 있을 것 같은 밀라노 두오모

등록 2016.01.25 08:40수정 2016.01.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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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밀라노 두오모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이다.

밀라노 두오모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이다. ⓒ 전갑남


이탈리아에서는 아침인사 할 때 "부온 조르노?"라고 합니다. 가이드는 하루 일정을 시작할 때, 현지 버스 기사에게 "부온 조르노?" 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서 무사 안전을 주문하며, 우리에게 박수를 유도합니다. 우리는 기사님께 "부온 조르노?"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냅니다. 기사님은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의 "그라치에!" 하고 답합니다

병신년 새해 첫날 아침입니다. 오늘 나누는 아침인사는 여느 때와 다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덕담 한 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쌀쌀한 날씨지만, 날은 무척 맑습니다. 밀라노 두오모 광장을 행해 우리 일행은 기분 좋은 출발을 합니다.

문화와 역사 유산이 있는 밀라노

가이드가 이탈리아의 오페라가수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오페라 한 소절을 들려줍니다. 그녀가 부른 빈센트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가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오늘 우리는 밀라노의 심장부로 들어갑니다.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을 거쳐 갈레리아, 그리고 곧 이어지는 밀라노 두오모를 구경할 것입니다. 밀라노의 화려한 문화유산, 예술과 패션을 몸으로 느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우리는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갑니다.

밀라노는 롬바르디아의 주도(州都)입니다. 알프스산맥에서 포강(江) 중류에 이르는 교통의 요충지로 밀라노는 일찍이 공업이 발달하여 이탈리아 최대 경제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큰 산업단지를 구성하여 이탈리아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거기에 중앙주식시장, 주요 금융기관의 본점들이 몰려있어 금융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패션과 디자인을 선도하는 산업이 발달하였습니다. 그래서 밀라노하면 패션을 떠올릴 정도로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가 들어서있습니다.

밀라노는 르네상스시대 이전부터 자치도시로 번영을 누리다가,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이때 귀족가문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도나토 브라만테와 같은 천재 예술가와 건축가들에게 창작활동에 몰두하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만든 작품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남아 오늘날의 밀라노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두오모 광장 가는 길이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크게 붐비지 않습니다. 밀라노는 그동안 보아온 여느 도시보다 거리가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줍니다.

유서 깊은 라 스칼라 광장

한참을 걷다 수신기에서 가이드의 안내가 들립니다.

"자, 여기가 밀라노의 예술적인 면을 보여주는 라 스칼라 극장이 있는 광장입니다. 저기 서 있는 동상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상이구요."

a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이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이다. ⓒ 전갑남


밀라노 두오모 광장 가는 길에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 극장을 만납니다. 라 스칼라극장은 세계 3대 오페라극장으로 손꼽힙니다. 이 극장은 1778년에 완공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것을 재건하였습니다. 최근에 개보수작업을 통해 3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오늘의 오페라극장으로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라 스칼라극장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베르토'와 지아코모 푸치니의 '나비부인' 등의 오페라가 초연되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성악가라면 누구나 한번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라 합니다.

극장에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베르디, 푸치니 등의 유품과 악보가 전시되어 있고, 오페라 공연할 때의 의상을 볼 수 있다는 데 그냥 지나치는 게 아쉽습니다.

극장 앞 광장에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동상 아래 조각상 4개는 그의 제자상입니다.

아내가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여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분이었던가요?"
"왜 그런 생각을 해?"
"오페라극장 앞에 그의 동상이 있어서요."
"그의 천재성에는 음악도 빠질 수 없었을 거야!"

a  라 스칼라 극장 앞 광장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상.

라 스칼라 극장 앞 광장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상. ⓒ 전갑남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호기심 많고 창조적인 재능의 소유자라지만, 음악적인 재능까지! 그와 관련된 여러 기록을 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뛰어난 즉흥연주가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인 연구나 평가가 없었던 것은 즉흥음악 악보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그보다는 다재다능한 그의 천재성에 음악적 재능이 묻혀버린 것은 아닐까요?

피렌체 출신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곳 밀라노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곳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는 그의 역작인 '최후의 만찬'이 남아있습니다.

여기에 동상을 세운 것은 음악가로서의 연관을 지으려는 것보다는, 그의 밀라노에서의 활동을 기리기 위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웅장함과 화려함 뒤에는

라 스칼라 극장에서 밀라노 두오모 광장까지 이어진 화려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치형 건축구조물인 갈레리아가 그것입니다.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통일 이탈리아 왕국의 초대 왕 이름을 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라 합니다.

a  화려한 아케이드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

화려한 아케이드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 ⓒ 전갑남


갈레리아는 90도 각도로 십자가처럼 교차하는 대략 200여m의 긴 통로와 100여m의  짧은 통로로 이루어졌습니다. 1865년에 시작하여 1877년에 완성된 건축물은 철골과 유리를 사용한 시공기술에 놀라울 뿐입니다. 천장의 화려함은 물론 바닥의 대리석 문양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a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의 돔 천장.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의 돔 천장. ⓒ 전갑남


a  갈레리아 바닥 모자이크. 로마신화에 나오는 로물루스 형제의 늑대 젖을 먹는 문양이다.

갈레리아 바닥 모자이크. 로마신화에 나오는 로물루스 형제의 늑대 젖을 먹는 문양이다. ⓒ 전갑남


도시의 외부공간을 내부공간으로 승화시킨 건물 안에는 고급스러운 상가와 카페들이 즐비하게 늘어섰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아내와 대화를 나눕니다.

"이게 상가 맞죠? 이 거대하고 화려한 곳에서 파는 것은 그야말로 명품이겠죠?"
"그러게요! 세상의 값나간 명품들이 죄다 모여 있을 것 같네요!"

당대 동원할 수 있는 건축기술을 총집합하여 완성된 갈레리아가 세계적인 명품 쇼핑거리로 변모되었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눈요기도 부담스런 갈레리아를 빠져나오자, 직사각형의 밀라노 두오모 광장이 펼쳐집니다. 고딕식 거대한 대성당이 울창한 숲을 조성한 듯 원대한 힘으로 하늘을 향하여 치솟아 있습니다. 두오모의 웅장함과 화려한 자태에 감동하는 눈길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밀라노 두오모는 1386년 착공하여 500여 년 동안 공사가 진행되어 완성되었다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대성당을 짓는 과정에서 르네상스의 새로운 양식이 들어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시작한 양식의 디자인은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었지만, 결국 밀라노 두오모는 이탈리아 최대의 고딕 양식으로 남아 오늘날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너른 광장 한복판에는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마상이 서 있습니다.

a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 있는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마상.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 있는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마상. ⓒ 전갑남


밀라노 대성당 두오모는 멀리서 보면 첨탑이 뾰쪽한 이쑤시개를 꽂아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가까이 가 보면 수많은 조각상입니다. 첨탑의 중심에는 황금빛의 성모님이 서 있습니다. 카메라 줌을 당기자 성모님의 눈부신 화려함이 드러납니다.

아내가 밀라노 두오모를 보며 내게 묻습니다.

"여기 첨탑 위 조각품에 어떤 정신을 담으려고 했을까요?"
"글쎄. 당신 생각은?"
"혹시, 천상의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소망 같은 거 아닐까요?"
"아! 그럴까? 신의 은총을 기원하는 합창은 아니고!"

a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밀라노 두오모의 첨탑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밀라노 두오모의 첨탑들. ⓒ 전갑남


a  밀라노 두오모 첨탑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황금색의 성모님상.

밀라노 두오모 첨탑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황금색의 성모님상. ⓒ 전갑남


아내는 그게 그거 아니냐며 웃습니다. 135개의 첨탑과 수천 점의 조각상이 장식된 대리석 건물,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눈이 부십니다. 동네방네 조각깨나 하는 사람들을 다 불러들이지는 않았을까요? 두오모 앞에서 경건해지는 것은 단순한 조각품이 아닌 이를 빚어낸 사람들의 혼이 숨 쉬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a  밀라노 두오모 내부. 외부 못지않은 웅장함과 화려함이 대단하다.

밀라노 두오모 내부. 외부 못지않은 웅장함과 화려함이 대단하다. ⓒ 전갑남


나는 생각해봅니다. 역사의 세력 다툼에서 힘을 기른 권력자는 정복하고, 빼앗고! 그리고 거대한 웅장함과 예술적 화려함을 불어넣는 건축물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오늘을 사는 후손에게 빛나는 유산으로 물려주었을 것이고요.
덧붙이는 글 지난 12월 29일부터 1월 6일까지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밀라노 두오모 #갈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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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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