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세피아톤으로 담은 용눈이오름, 혼자 걷는 길도 좋지만 마음 통하는 도반이 있다면 여행길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칼바람 부는 오름 능선에서 서로의 옷깃을 여며주고 있다. 벗의 옷깃을 여며주는 마음은 자신 역시도 칼바람에 온몸이 움추러드는 경험을 통해서 생긴다.
김민수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간간히 비췄다. 눈보라도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기에 혹시라도 운이 좋으면 멋진 해넘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앞서간 이들이 능선에 서면서 바람에 휘청거렸고, 둘은 서로의 옷깃을 여며주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일행은 사려니숲에서처럼 용눈이오름을 오르는 마지막 여행자인 듯 했다. 그러나 나중에 오름에서 내려올 때, 그곳을 오르는 여행자를 만났으며, 바람을 피해 분화구쪽에 앉아 제주의 풍광을 바라보던 이들은 우리 일행이 다 내려온 뒤에도 그곳에 남아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일까? 어쩌면 내가 보고 싶은 혹은 내가 대면하고자 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