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만원짜리 발전소, 단돈 1만원에 설치한 비결

[서울‘혁신’시, 무엇이 달라졌나⑪] 태양광 미니 발전소

등록 2016.01.27 11:24수정 2016.01.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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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미화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호미카페에 설치한 태양광 미니 발전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태양광 설치한 순악질 여사가 억울해 하는 이유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호미카페'. 음악회, 전시회도 자주 열리고 방송인 김미화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역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김씨가 직접 내다주는 치즈피자나 과일주스도 인기 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카페 뜰에 설치돼있는 태양광 미니 발전소이다.

"원래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할까 해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지요. 그런데 때마침 서울시의 '태양광 미니 발전소' 홍보 영상을 찍다보니, 베란다형 발전기를 카페에 설치하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뜰에 설치하면 아이들 눈높이에도 딱 맞고요."

김씨는 "생산되는 전기량이 발전기에 실시간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게 뭐냐'고 부모에게 물어보는 등 아주 신기해 한다"고 말했다.

이 발전기로 과일주스 제조용 믹서기 3대를 돌린다는 김씨는 "전기량이 아주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래 세대의 환경을 위해 적금 붓는다고 생각하면 가볍게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뿌듯해 했다.

김씨는 서울시 홍보대사라서 홍보 영상까지 찍었지만 서울시민이 아니라서 "생돈 들여 설치했다"고 억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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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형 태양광 발전소. 한 달 9000-1만원치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 서울시제공


설치비의 최소 50% 지원... 대형 냉장고 1대 전기요금 절약

김미화씨가 억울해 하는 이유는, 그가 서울에 거주한다면 70만 원 정도 하는 발전기 설치비의 절반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에너지 절감대책인 '원전 하나 줄이기'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태양광 미니 발전소 사업은 서울 시민이 주택에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공동주택에 주로 설치하는 베란다형과 단독주택에 설치하는 주택형으로 나뉜다. 아무래도 설치의 용이성 때문에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67%에 이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베란다형을 설치하면 한 달에 평균 20-25kWh가 생산돼 월 9천 원에서 만원이 절약된다는 것. 보통 대형 냉장고 1대의 전기량이다.

일조량에 따라 여름과 겨울은 발전량이 떨어지고 봄가을이 많다. 빛이 너무 강한 여름엔 모듈 전지판이 반사돼서 발전량이 적고, 겨울은 일조량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업체 선정시 5년 무상수리를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전혀 안 든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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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미니 발전소는 아파트의 난간에 설치돼 미관상 문제도 없고 설치도 간편하다. ⓒ 서울시제공


"전기세 얼마나 아끼겠다고..." 하는 인식이 큰 걸림돌

서울시가 상당액을 보조해주고 있긴 하지만 태양광 미니 발전소의 보급에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투자회수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만 원 들여 발전기를 설치하고 한 달에 1만 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한다면 '본전'을 뽑는데 1년 8개월이나 걸리는 셈이다. 주택이 저층이거나 북향이라면 전기 생산량이 적어 더 오래 걸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외국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인지 '한 달에 몇 천원 때문에 이 짓을 왜 하냐'며 귀찮아하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재작년 78세대 중 29세대가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한 강동구 성내코오롱2차아파트의 입주자대표 이은숙씨는 "우리 아파트도 처음부터 대뜸 태양광을 설치하자고 했다면 '우리가 전기세를 얼마나 아끼겠다고...' 하면서 주저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평소 에코마일리지도 가입하고, 에너지 컨설팅도 받아보고, LED등으로 바꿔보고 하는 등 단계적으로 에너지 절약 노력을 해보고 태양광으로 들어가면 주민들을 자연스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씨는 이어 "태양광을 설치하면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도 생기고, 매일매일 충전되는 전기량도 체크하는 재미도 있고 해서 주민들의 만족감이 상당히 높다"며 다른 아파트에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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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옥상에 설치된 주택형 태양광 미니 발전소. ⓒ 서울시제공


이 아파트의 태양광 설치비 줄이는 법

송파구 거여1단지아파트는 지난해 11월 30세대에 250W짜리 발전기를 설치했다. 이 발전기의 설치비는 세대 당 66만 원. 그러나 최종적으로 소요된 설치비는 1만 원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이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 김희동씨에 따르면, 원래 설치비는 66만 원이지만 시에서 절반을 보조해주므로 33만 원이 되고, 게다가 20세대 이상 모아 신청할 경우 2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으므로 13만 원으로 줄어든다는 것.

또한 김씨가 지난 2014년 시로부터 '에너지 보안관'으로 위촉되면서 받은 상금 200만 원을 쪼개 세대별로 7만 원씩 지원하니 최종 설치비가 6만 원이 되더라는 것이다. 한 달 절감액을 6000-8000원이라고 칠 때 8개월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이에 더해 "에코마일리지를 신청하면 5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으니, 따지고 보면 설치비가 1만 원밖에 안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송파구 녹색아파트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상금으로 받은 500만 원 또한 올해 신청하는 71세대에 7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아파트가 다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는 것. 김씨는 "태양광 사업이 더 활성화되려면 설치비가 대폭 낮아지든가, 전기료가 올라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시-구청이 지원을 더 늘려서 투자환수기간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햇빛지도 홈페이지(solarmap.seoul.go.kr)에서 자신의 주거지에 적합한 발전기를 골라서 해당 업체에 신청하고, 설치후 구청에 보조금을 신청하면 된다.

박경숙 서울시 햇빛발전팀 주무관은 "2018년까지 4만세대(10MW)에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에너지홍보대사, 에너지설계사 등을 많이 활용해 필요성을 적극 홍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미니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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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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