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2014년 6월 4일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일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푯말을 들고 선거운동을 했다.
남소연
한나라당은 2011년 12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탈바꿈하면서 당명 변경 움직임이 일었다. 2012년 2월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가 합당하면서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이 채택되었다. 새누리는 새로운 '새'와 세상의 순우리말인 '누리'를 합친 이름이다.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나라를 뜻한다. 새누리당은 상징 색으로 오랜 세월 기피해왔던 빨강색을 채택했다. 그 과감성에 많은 국민들이 놀라며 큰 의미 부여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집권 여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어 새롭게 출범하면서 '쇄신'과 '변화'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두 날개처럼 펄럭이며 회자되었다. 새누리당 사람들이 빨간 점퍼를 입고 거리에 나타나자 다수 시민들이 충격을 받았다. 의심 가운데서도 많은 국민이 기대를 했다. 빨간 점퍼를 입은 그들의 입에서 '종북타령' 따위는 다시 나오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2014년 6월 4일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믿기지 않는 풍경이 등장했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과 사무총장 윤상현을 비롯한 많은 당직자와 의원들이 시내 도처에서 일인시위처럼 푯말을 들고 서서 선거운동을 했는데, 하나같이 변화와 쇄신을 약속하는 말들을 내세웠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도와주세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는 '약속'이었다. 그것을 보고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았다. 이미 당명도 바꾸고, 상징 색도 빨강색으로 바꾸고, 변화와 쇄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아직도 바꿀 게 있는가 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고, 그 후 바꾼 것이 과연 있는지, 그게 뭔지 지금도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바뀐 것이 있음을 요즘 들어 확실히 알게 됐다. '새'가 아니라 '옛'이 되어버리는 회귀 변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꾸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던 모양이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라를 지향한다는 그들은 옛날로 돌아가기 위해 난폭하게 후진을 감행한다.
박정희 부활도, 국정교과서도, 노동개혁(악)도, 전교조 법외노조도, 관제서명운동도, 일본과의 밀실협상도, 공권력 과다 의존도 후진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후진을 거듭하다 보니 자동차가 소음도 많이 내고 몹시 힘들어하는 형세다. 운전기사의 운전 실력이 너무 거칠고 조악해서 승객들이 멀미를 할 지경이다.
후진도 변화이긴 하지만, 지나온 풍경을 다시 보는 것은 신선하지도 못하고 피로감을 곱으로 겪게 한다. 그렇게 후진을 거듭할 양이면 새누리당 사람들은 차제에 당명을 아예 '옛누리당'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름의 생명력과 진실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애초 당명을 '새누리'로 정할 때 진정으로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라를 꿈꾸었다면 말이다. 언어의 도착과 의미 왜곡, 이름과 실체의 괴리 현상을 경계하고 정립을 추구하는 자세를 진심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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