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누리과정 어린이들
이민선
성민이(가명)는 해가 바뀌면서 6살이 되었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에 계속 다닌다는 진급 신청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얼마 전 성민이 엄마로부터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으로 옮긴다는 말을 전해왔다.
이유는 하나였다. 병설 유치원은 돈이 하나도 안 든다는 것.
"저는 어린이집 계속 다니고 싶다고 말했는데 엄마가 안 된대요."우리 눈을 피하며 말하는 아이. 성민이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이들의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건 진심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성민이와의 이별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성민이와 같은 이유로 어린이집을 떠나는 아이들이 더 생길지도 모른다. 이 불안감과 걱정스러움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또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린이집 교사로서 감출 수 없는 감정들이다.
학부모의 한탄 "어린이집만 지원 안 한다니"누리과정 지원 중단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유치원만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힌 강원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원도 교육청은 어린이집이 교육청 소속이 아니라며 교육청에서 예산을 편성할 의무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주관하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싸움은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우리 어린이집은 지역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규모가 꽤 큰 어린이집이다. 8개 반에 원생수도 14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누리과정 지원중단 사태로 원생은 줄고 심지어 신입생조차 모집되고 있지 않다.
만 4세와 만 5세 반은 해마다 두 반씩 운영했지만 만 5세 반은 작년부터 한 반으로, 올해 만 4세 반은 정원미달인 채로 두 개 반을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다. 몇십 년을 운영해온 어린이집이 최대위기를 맞은 것이다.
"누리과정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학부모에게 듣는 말이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부모에게 확답을 주기란 정말 어렵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요? 우리 애들이 크면 당연히 초등학교에 가는데 그럼 그때도 어린이집 출신이라고 차별할건가? 미래의 예비 초등학생들한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지원 안 해준다니 정말 화가 나요! 이제 옮길 유치원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렇게 울분을 토하며 하소연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학부모이자 어린이집 교사이다.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너무나도 예뻐 보육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록 다른 선생님들보다 뒤늦게 시작한 선택이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어린이집 교사로서의 자리가 위태롭다. 자꾸 불거지는 아동 폭행사건을 비롯해 지금의 누리과정 지원 중단 사태까지. 점점 더 불안하고 어지러운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교사도 다른 유치원으로 이직을 결정한 상태다.
어린이집 운영비 긴급 지원, 이마저도 임시방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