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26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BTV모바일과 호핀을 통합한 새 모바일 TV 서비스 '옥수수'를 소개하고 있다.
김시연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영향인지, 이와 유사한 서비스가 국내 사업자들에 의해서도 시작된다. 개인화 영화추천 서비스로 유명한 '왓챠(watcha)'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 '프로그램스(frograms)'는 월정액 4900원에 영화와 드라마를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감상 가능한 '왓챠플레이(watcha play)'를 곧 출시할 예정이고, SK브로드밴드는 자사의 IPTV 모바일 버전인 'BTV 모바일'과 주문형비디오 서비스 '호핀'을 하나로 통합해 '옥수수(oksusu)'라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를 28일부터 제공한다.
우선 기존 IPTV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한 옥수수는 월 3000원으로 실시간 채널과 무료제공 VOD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대기업이 원래 가지고 있던 플랫폼을 활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옥수수는 IPTV의 제공 방식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기존 SK텔레콤 및 SK브로드밴드 고객은 가입한 이동통신 요금제나 IPTV 상품에 따라 기본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하며, 한국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국내외 프로스포츠 채널 33개, 실시간 채널 98개, 영화 8천여 편, 각종 예능과 국내 멀티채널 네트워크 제작물 등)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그리고 이미 170만 명의 왓챠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억3천만 개의 별점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화 추천 경험을 제공할 왓챠플레이는 좀 더 넷플릭스의 제공 방식과 비슷하다.
넷플릭스의 차별성은 완성도 높은 독점 콘텐츠와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서 오는데, 왓챠플레이는 각 사용자에 특화된 맞춤 추천을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용자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수집하고, 재미있게 볼 수 영화를 추천하는 것은 우리가 전문"이라고 말하는 왓챠플레이는 국내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영화 4500여 편, 드라마 1500여 편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왓챠플레이는 액티브엑스 설치와 같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윈도우와 맥에서 쉽게 이용 가능한 서비스이며, 넷플릭스처럼 가입·결제·감상의 모든 과정을 단순화했다. 다양한 브라우저에서 빠르고 매끄럽게 동작하도록 웹표준에 맞게 개발 중이고, 웹페이지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하기 위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데스크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도 즐길 수 있으며, 왓챠의 별점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사용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넷플릭스보다 한 수 위의) 개인화 경험 제공을 표방하고 있다.
집에서 원래 IPTV를 자주 이용했고 가족들과 함께 콘텐츠를 감상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를 선택하면 될 테고, 넷플릭스 형태가 좋긴 한데 좀 더 한국형의 콘텐츠 소비를 할 사람은 왓챠플레이에 가입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기존 IPTV와 넷플릭스 사이에 옥수수와 왓챠플레이가 새로 생겼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고, 아무래도 국내 연관 콘텐츠는 당분간 넷플릭스보다는 옥수수나 왓챠플레이가 더 많을 듯하다. 결국 자신의 동영상 소비 패턴에 따라 넷플릭스와 IPTV, 왓챠플레이와 옥수수를 선택하면 되겠다.
넷플릭스가 가져온 변화, 그리고 헬조선의 합리적인 경제생활헬조선의 재벌이 소유한 IPTV가 옥수수로 전환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작년 9월에 한국 상륙을 공식 발표한 넷플릭스는 국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진출한다는 사실 자체가 '외부의 자극'으로서 이미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의 엄청난 성공을 국내 IPTV 사업자들도 분명 벤치마킹했을 테고, 직접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 역시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 줬을 것이다. 엉망진창이었던 기존 IPTV 서비스의 변화 가능성도 높아졌으며, 가격 정책과 광고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넷플릭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광고가 전혀 없는 쾌적한 콘텐츠 감상이 얼마나 좋은 건지 느낄 테고, 편당 추가결제를 함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봐야만 하는 국내 IPTV가 얼마나 괴상망측한 몰골을 하고 있는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서 공짜와 불합리한 가격의 양극단에서 우왕좌왕해왔지만, 앞으로는 무료와 유료에 대한 좀 더 정확한 분별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짜여서 가능한 광고와 돈을 냈기 때문에 누려야 할 편리함을 우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게 콘텐츠 창작자들부터 시작해서 유통 플랫폼 종사자, 소비자들까지 모두가 정당하고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여기서부터 출발해 멀티플렉스 극장의 영화 상영 전 10분이 넘는 광고와 수많은 유료 잡지의 몇십 장에 달하는 지면 광고 등에 대해서도 우리는 재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잡지에 딸린 그 엄청난 양의 광고는 필수적인가?
잡지 판매가격과 몇십 장의 광고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멀티플렉스의 10분이 넘는 광고는 절대 당연한 게 아니다. 도대체 왜 관람료를 지불하고 입장권에 표시된 시각에 제때 도착한 우리가 10분이 넘는 광고를 봐야만 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그 광고들과 영화 관람료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극장에서 영화를 한 편 보는 데에 지불해야 할 적정한 가격이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경제환경 구축은 멀리 있지 않다. FTA로 관세가 철폐됐으면 그만큼 가격이 내려가는 게 정상이고,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돈을 냈으면 광고 없이 그 콘텐츠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가격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면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아파트가 비싸다면 그 원가를 공개해야 하며, 산지의 삼겹살 가격이 내려갔으면 소비자 판매가도 낮아져야 된다. 영화 창작자는 굶어 죽는데, 멀티플렉스의 영화 값은 왜 계속 오르고 광고는 점점 더 많아지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산 자동차와 맥주, 과자를 내 돈 주고 사지 않는 이유를 정녕 모른단 말인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자체가 뭔가 특별히 대단하고 훌륭한 게 아니다. 왓챠플레이에서 보듯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는 그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고, IPTV처럼 어이없는 방식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그게 어쩔 수 없는 건 줄 알았으며, 기본료·추가결제·광고·약정·위약금에 순응하며 살았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좀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좀 더 상식적인 수준에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꼭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만 이렇게 개선되는 수준이라면, 앞으로도 '헬조선'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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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넷플릭스', 헬조선 재벌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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