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 즈모 한 상가에 있는 한국 전문 매장중국의 생산원가 증가로 한국산 상품은 중국에서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그런데 정치적인 문제가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조창완
최근 대중국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자체도 있지만 정부의 중국에 대한 무개념이다. 대중국 교류에서 가장 큰 역린(逆鱗)이라고 할 수 있는 MD(미사일 방어체제)를 건드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0년 출간한 문정인 교수의 인터뷰집 <중국의 내일을 묻다>에는 중국 정부의 국제전략 싱크탱크의 핵심인물인 주펑 베이징대 교수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중국은 전략적 안정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중국의 핵무기는 방어용이다. 나는 한국 친구들에게 항상 얘기한다. 만약 한국이 미·일 주도의 MD에 가입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을 완전히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므로 중국은 분명히 한국에 대한 전략을 바꿀 것이다. MD는 한중 우호의 마지노선이다." 이 말은 주펑 교수만이 아니라 일관되게 중국 정부가 가진 원칙이다. 최근 북핵 문제 등으로 동아시아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중국으로서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명목으로 MD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사드 도입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드와 함께 MD라는 용어가 나오면서 중국은 급속히 한국과의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을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전이익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사실상의 경고를 했다.
사드 배치 등 MD의 참여는 우리의 자주적 선택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판단을 위해서는 대중국 경제교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교류는 이전처럼 하고, 군사는 자주적으로 하자는 것은 외교적 구걸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를 포함한 MD가 아직 기술적으로도 완성된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한국이 스스로 이 폭탄을 안고, 한중 경제라는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는 것은 얻을 것도 없는 일에 끼어들어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의 이런 행동은 대중국 수출업계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100만 명의 한국인들에게도 이런 정치, 외교적 외줄타기는 위협감을 고조시키고, 신규 투자나 교역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중국은 대만 차이잉원 후보 당선 이후 대만 관광객을 3분의 1로 줄이는 정책을 실시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었지만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598만4000여 명으로, 183만7000여 명이 찾은 일본 관광객의 3배가 넘었다. 만약 중국이 우리나라에도 대만과 같은 정책을 취한다면 수십조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위기의 우리 경제에 폭탄을 투하하는 꼴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