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들도 "우리를 버리지 마라"

필리핀 정부 "배상문제 이미 해결됐다"... 일왕 부부, 일본인 전몰자 비 헌화

등록 2016.01.29 21:52수정 2016.01.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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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정부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우리를 버리지 마라."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필리핀에서 2차 세계대전 전몰자 위령 행보를 한 29일 주필리핀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필리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8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입을 닫은 필리핀 정부를 성토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레드카펫까지 깔며 일왕 부부를 환대하면서도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사는 자신들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온라인매체 인콰이어러넷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인 롤라 벨렌 쿨라라(84) 할머니는 "필리핀 정부의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있다"며 "권력을 잡은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위안부 피해자 단체 '말라야 롤라스'의 롤라 이사벨리타 비누야 대표는 아키노 대통령이 자신들의 청원에 귀 기울였으면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 타결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 외교장관은 작년 말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이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 엔(약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출연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위안부 협상 타결안에 합의했다.


비누야 대표는 90명의 회원 가운데 32명만 생존해 있고 이들에게는 피해 배상과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에도 지난 27일 일왕 부부를 만났을 때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1956년 일본과의 합의 등에 따라 5억5천만 달러(6천600여억원) 규모의 물자와 서비스를 지원받아 전쟁 피해배상 문제를 이미 해결했다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입장이다.

에르미니오 콜로마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개인적으로 전쟁 범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왕 부부는 29일 2차 대전 당시 필리핀에서 숨진 일본인을 위해 필리핀 라구나 주에 세운 전몰자 비(碑)를 찾아 헌화했다.

앞서 27일 필리핀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세 리살 기념비와 2차 대전 필리핀인 전몰자를 기리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일왕 부부는 5일간의 필리핀 방문 일정을 마치고 30일 귀국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위안부 #필리핀 #아키노 #아키히토 #말라야 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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