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들을 위한 학생회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학생회를 꿈꾸며 모인 이들

등록 2016.02.01 17:04수정 2016.02.0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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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어."
"나랑 상관없는 곳이라고 생각해."
"그냥 학생회비 잘 관리해주면 좋은 거 아닌가?"


필자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학생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학생회에 대하여 크게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 하는 것 같았다. 학생회비를 잘 관리하면 그만이라든가. 아니면 상관없는 곳이라든가.

학생회라는건 어떤 단체인가? 학생회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흔히 학생회라는 것은 '학우들의 요구와 이해를 '학우의 힘'으로 실현하는 조직'이라고 이야기한다. 학우들의 요구와 이해, 그리고 학우들의 힘. 이 두 개의 단어는 그 자체로는 이해가 될듯하면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들이다.

학생회를 경험해본 사람들과는 별개로 대학생들에게 학생회란 크게 와 닿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대학생은 "대학교를 4년 동안 다니고 있지만 학생회에 대한 좋은 경험이나 나쁜 경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회에 대한 기대도 크게 없다. 그저 학생회비를 깨끗하게 잘 사용하고 우리에게 알려주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 하였다. 학생회가 학내의 학생들에게 크게 공감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화였다.

또, 광주에 위치한 한 여대에 재학중인 장아무개씨는 "학생회를 경험했었는데, 막상 내가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었다. 교수님이 시키는건 무조건 해야만 했고, 전통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설명도 없이 여러가지 일을 했다. 다른 의견을 제시라도 하면 묵살당하고 혼나는 일도 빈번했." 라며 학생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장씨는 좋은 학생회란 "전통이라고, 교수님의 말이라고 무조건 따르고 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뽑은 자리인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그것들을 모아서 교수님과 다른 간부들에게 전달하고 그에 맞게 잘 조율해 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이야기하였다.

다른 대학생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좋은 학생회에 대해서 물었을 때 많은 대학생들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우리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다.


즉, '학생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이를 투명하게 실천하는 조직'이 여러 대학생들이 바라는 학생회의 모습이었다. 광주에 소재한 대학교의 2016년 학생회 간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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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학생회 간부 65명을 대상으로 학생회 운영에서 가장 걱정되거나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 주철진


학생회 간부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는 '사업에 학우들이 많이 참여하게 하기'가 60%(39명)이 나왔으며, '간부들 많이 받기, 활동 잘 되도록 하기'가 18.5%(12명)을 차지했다. 많은 학생회 간부들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회 간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대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인데, 이런 문제들은 학생회를 하고 있는 간부들 몇명이 나서서 요구한다고 해결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학생회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학우들의 참여가 절실한 이유다"라며 학생회의 사업에 학우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였다.

좋은 학생회가 되기 위해 모여서 토론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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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청학동(청춘을 위한 학생회 동아리 학교)의 입학식 모습. 사회자가 나와서 청학동이 어떤 곳인지,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 주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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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강연1 좋은 대표자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주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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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강연2 여러 대학교의 학생회들의 모범사례를 발제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학생회를 만들 수 있을지 토론하고 있다. ⓒ 주철진


좋은 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모여 토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학동' (청춘을 위한 학생회 동아리 학교)이다. 이들은 일주일동안 좋은 학생회는 어떤 곳인지, 좋은 동아리는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회나 동아리를 처음하는 친구들도 많고,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주변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친구들이 많더라구요.그래서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학생회라는 것은 어떤 곳일까? 어떻게 했을 때 많은 학우들의 공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것들을 함께 공부하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이러한 고민들을 하게 됐고 그래서 '청학동'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청학동에 그렇게 많은 학생회, 동아리 간부들이 참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정마다 10~2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서 '학생회, 동아리의 역사', '청춘을 아프게 하는 것들',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법', '대학생의 힘' 등에 대해서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많은 간부들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저는 매우 기뻐요.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토론했기 때문에 2016년은 더욱 좋은 학생회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자리들을 만들어내고 대학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어떤 대학교에서는 공로장학금을 횡령하기도 하고, 어떤 대학교는 부정선거를 하기도 하는 등 대학교의 학생회가 점점 변질되어가고 있는 요즘, '좋은 학생회'를 꿈꾸고 '학생들을 위한 학생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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