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비오의 타운홀 미팅이 진행되는 밖에는 루비오를 짝퉁 오바마라고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잠시 후 그 시위대를 조롱하는 또 다른 시위대가 그들을 따라 다녔다.
최현정
지난 10월 공화당 3차 토론회 당시, 수세에 몰렸던 젭 부시는 루비오의 일천한 경력을 강조하며 그를 공격했다. 한 때 정치적 스승이었던 부시에게 루비오는 차분히 대꾸했다.
"누군가에게 날 공격해야 도움이 된다고 조언 받은 듯합니다. 하지만 난 대통령에 출마한 것이지 당신에게 맞서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닙니다" 토론회 직후 부시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고 루비오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동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소박한 모습의 마크 루비오는 결혼 17주년이 된 아내와 두 딸, 두 아들을 소개하며 보통 사람들과 같은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한다. 저녁에 열릴 풋볼 챔피언 전 슈퍼 볼 경기와 병을 앓다 돌아가신 아버지, 학자금 융자 얘기 속에 미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웃음과 환호, 박수와 농담이 오가는 30여분의 연설을 마무리하고 즉석에서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타운홀 미팅은 타 후보나 인종, 젠더, 계급에 대한 혐오나 비난이 없는 합리적이고 무난한 언사들로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다.
'준비 안 된 후보'라는 멍에현재 루비오는 공화당 주류가 미는 합리적 후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를 비난하는 이들의 얘기처럼 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초선 상원의원이라는 짧은 정치 연륜과 경험 등에 대해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바마의 경우를 들며 상황을 모면한다. 하지만 '오바마 케어'를 비롯한 공화당이 지적하는 현 정권의 문제에 대해선 자신이 뜯어 고치겠다고 단언한다. 초선 의원에서 대통령이 된 유색인종 오바마는 그에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로 유용하게 쓰이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 공화당 뉴햄프셔 후보 토론회에선 그 '오마바'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버락 오바마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허구는 떨쳐버려야 합니다. 그는 정확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
CBS This Morning 자료 화면)
비슷한 오바마가 얼마나 영악하게 대통령직을 처리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 말을 그는 네 번이나 똑같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발언한다. 경쟁자 중 하나인 크리스 크리스피 뉴저지 주지사가 토론 중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것 봐. 달달 외운 저 25초짜리 답변"이라면서. 그간 그를 위기에서 구해줬던 매끄러운 말들이 모두 외웠던 문구로 의심받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며칠 사이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치면 Robot이라는 말이 연관 검색어가 될 정도다.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어 보이던 루비오의 인기가 토론회 하나로 흔들리는 이 상황, 초선의 젊은 대통령 후보가 어떻게 헤치고 나갈지. 화요일(9일) 펼쳐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