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몽파르나스, 부르델 미술관
김윤주
조각가 에밀 앙투안 부르델(Emile Antoine Bourdelle 1861∼1929)은 프랑스 남부 소도시 몽토방에서 태어났다. 열세 살에 학교를 그만둔 뒤 가구 제조공인 아버지의 밑에서 목공일을 돕는다. 툴루즈 미술학교를 거쳐 스물넷에 에꼴 데 보자르(École des Beax-Arts)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지만 1년 뒤 그만두고 독학으로 조각을 공부한다.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던 로댕의 눈에 띄어 그의 문하로 들어간 것이 서른두 살, 이후 마흔일곱에 그의 작업실을 나오기까지 15년을 로댕의 조수 겸 수제자로 작업을 하며 후대에 유명해지는 많은 조각가들의 스승으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가 1885년부터 1929년까지 아틀리에로 사용했던 주택을 미술관으로 만든 곳이 이 부르델 미술관이다. 미술관의 공간은 크게 앞뜰과 뒤뜰로 구획된 정원, 대형 전시실과 아틀리에를 포함한 1층과 2층, 별관의 1층과 지하,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복도 정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앞뜰에는 주로 대형 청동상이, 뒤뜰에는 청동 부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1층 전시실에는 석고 원형들, 2층에는 청동 흉상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1888년 첫 작품을 시작으로 수십 년간 꾸준히 작업한 베토벤 연작 시리즈는 별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가 이토록 베토벤에 집착한 것은 천재 예술가의 광기와 고독에 공감한 까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