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정의당 긴급간담회개성공단 폐쇄 관련 정의당-개성공단기업협회-전문가 긴급간담회가 12일 오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권우성
"북한이 어제 자산동결 조치를 내려서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못 싣고 나와 손해가 막심하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렇게 (사실이) 왜곡되고 있구나 생각했다. 우리가 완제품 등을 못 갖고 나온 것은 기업의 호소를 하찮게 묵살해버리는 정부의 의사결정 때문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 달리, 정부가 가동 중단 조치 전에 기업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더라면, 가동 중단 조치 후에 원·부자재 반출 등을 위한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지 않았다는 항변이었다.
그는 "하다 못해 구멍가게 하나를 한두 달 영업정지를 시켜도 예고기간 등 절차가 필요한데도 수십만의 생계가 걸린 결정을 하면서 기업에는 사전 협의도, 예고도, 작은 암시조차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또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과 관련해서도 "민간기업 주재원들을 억류할 가능성은 절대 없다면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다 출입시켜주고 차량도 여러 대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관계 당국과 협의하겠다'는 통일부 얘기는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북한이 못 갖고 나가게 한 건 (자산동결 조치가 내려진) 오후 5시 이후 차량에 실었던 물건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완전한 피해보상 요구로도 이어졌다. 정 협회장을 비롯한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임원들은 이번 조치에 따른 입주기업들의 총 피해액에 대한 정부의 온전한 보상과 함께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했다.
"2013년때도 기자들만 불러 홍보성 PR, 이번엔 온당한 보상돼야"이날 간담회는 전날 "정부와의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개성공단기업협의회의 첫 행보다. 정 협회장을 비롯한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임원진은 이날 오전 정의당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 지도부를 순차적으로 만나면서 이번 사태 해결과 피해구제를 위한 국회의 협력을 구하기로 했다. 또 이날 오후엔 124개 입주기웝 대표들이 모두 모여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기도 하다.
일방적으로 가동중단을 선언한 정부에 대한 원망은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정 협회장은 "여러 해 전 만든 법에 따르면, 개성공업지구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공단으로 보호·육성할 책무가 (정부에) 부여돼 있고 거기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호받게 돼 있다"라면서 "하물며 범죄인에게 벌을 줄 때도 절차와 과정이 있는데 기업들을 이런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4대 의무를 다 하면서 살아 온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다"라며 "정의당을 비롯한 국회에서 정부의 의사결정과정과 그 실행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맞는 것인지 철저히 따져달라"라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그는 2013년 재가동 때와 같은 보상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2013년 재가동 당시 정부에서 발표한 입주기업 지원책도 '눈 가리고 아웅'식이었다고 꼬집었다.
정 협회장은 "2013년 6개월 정도 가동이 중단됐을 때, 입주기업들이 1조 원 이상 지원 받았고 그 손해를 정부에서 전부 지원해준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시는데 정부는 그 때도 입주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업은 부르지 않고 기자들만 불러 홍보성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 때 지원받은 건 1개 기업 당 8억 원 정도 될까 말까 했고 총액 1000억 원 정도의 2년 단기 대출을 받았다"라며 "그것도 재가동 된 지 2년 5개월 정도 된 지금 절반 가까이는 독촉을 받아서 상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땐 북측의 진입차단과 근로자 철수 등으로 문제된 것이라 이해하고 참 소홀한 지원 대책이라도 감사히 여겨 아무 얘기도 못했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우리 정부의 일방적이고 대단히 성급한 결정에 의해 공단이 이렇게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다시 정책이 바뀌고 남북관계가 바뀌면 다시 공단은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르나 현 상황으로는 (재가동이) 요원해보인다"라며 "실제 기업들이 억울하게 입은 피해를 정부에서 온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한용 신한물산 부회장도 "개성공단 재가동이 요원한 상황인만큼 철저한 보상이 돼야 한다"라며 "정부가 대체용지를 알아봐준다고 하는데 그것은 기업이 보상을 받은 뒤 알아서 하면 되는 일이다, 보상도 안 된 상황에서 대체용지를 구한다는 건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오늘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들었는데 2013년 6개월 가동이 중단됐을 때도 금융지원에 남북경협 보험, 세금 유예 이런 정도였고 오늘 발표도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본다"라며 "철저한 보상에 초점을 맞춰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