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지은이 오항녕 / 그린이 이지희 / 펴낸곳 너머학교 / 2016년 1월 25일 / 값 15,000원>
너머학교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지은이 오항녕, 그린이 이지희, 펴낸곳 너머학교)은 경연이라는 주제를 통해 조선 왕들의 삶과 왕 개개인의 성향을 얼핏 엿볼 수 있는 작은 프리즘 같은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경연이 갖는 의미, 유래, 경연을 구현하기 위한 시대적 제도와 도구 등은 물론 실시간으로 경연 현장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내용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조는 공부를 좋아한 학자 군주였고, 재위 기간이 길었던 숙종과 영조는 임금이자 스승이려고 했습니다. 임금이 신하에게 물어 할 경연에서 세조는 되레 문신들에게 강(講)하였다는 기록을 보이고 있고, 추워서 미루고, 더워서 미루던 연산군은 대리출석까지 시키는 엽기적 파행까지 자초하였으니 경연을 통해 바라보는 왕들은 역사의 기록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 중 아주 의외인 것은 왕의 즉위식이 흉례라는 것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엔 굉장한 경사 같지만 선왕이 죽으면 하루 이틀 내로 치러지던 게 즉위식이니 흉례에 포함된다고 하는 설명에 소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즉위식 때는 샴페인 터뜨리고, 이렇게 흥겹게 축하하는 자리가 되기 어렵겠지요? 아무래도 상중이니까요. 대개 드라마에서 보면 엄숙하게 진행이 됩니다. 당연히 엄숙하겠지요. 그래서 즉위식은 상례, 국가 의례로 말하면 흉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 113쪽-조선시대에는 의례를 오례(五禮), 가례(嘉禮), 길례(吉禮), 흉례(凶禮), 군례(軍禮), 빈례(賓禮)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식, 성인식 회갑잔치처럼 어깨춤 덩실덩실 출 수 있는 잔치 등은 가례(嘉禮)에 속하고, 사람이 죽어 장사지내기까지, 초종부터 삼우제까지 따르도록 한 의례가 흉례(凶禮)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죽어 치르게 되는 상례(喪禮)와 장례(葬禮)를 제외한 모든 제사의식은 길례(吉禮)에 속합니다.
졸곡은 흉례 아닌 길례책에서는 왕의 즉위식이 흉례라는 것을 소개하면서 '졸곡(卒哭)'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졸곡은 '장사를 마치고 삼우제(三虞祭)를 지낸 뒤에 무시애곡(無時哀哭)을 끝내기 위하여 지내는 제사'입니다. 책은 졸곡일에 대해 상황을 보고 길일을 점쳐서 날을 잡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자가례>나 <사례편람> 등에서는 졸곡을 흉례가 아니라 길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흉사 때는 축관이 제주 오른쪽에서 독축을 하지만 길사 때는 제주 왼쪽에서 독축을 하게 되는 데, 졸곡 때 독축을 하는 축관 위치는 길사 때의 축관 위치인 제주 왼쪽에서 독축을 합니다.
그리고 '졸곡은 상황을 봐 길일을 점쳐 잡는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삼우(三虞) 후 강일[剛日, 갑(甲), 병(丙), 무(戊), 경(庚), 임(壬)]이 되는 날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날짜가 계산되어 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은 달리 설명되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연유로 저자에게 연락을 취해 봤으나, '졸곡은 흉례 그러니까 상례 절차 중 하나입니다'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이나 산문 내용 중에도 사실을 오해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고전교실 시리즈물로 발행되는 책이기에 더 정교한 확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금에 벌어진 엄청난 조치,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이런 조치가 조선 왕 경연에서 거론됐다면 어떻게 결론 났을지가 사무 궁금해지는 건,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경연과 같은 소통을 아쉬워하는 안타까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연 :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
오항녕 지음, 이지희 그림,
너머학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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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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