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식 홈페이지의 Customer Letter 갈무리
Apple
"미국 정부는 우리 고객의 보안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할 것을 애플에 요구했습니다. 우리는 법적 문제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이런 명령을 거부합니다"("The United States government has demanded that Apple take an unprecedented step which threatens the security of our customers. We oppose this order, which has implications far beyond the legal case at hand").
"지금은 이 문제에 대한 공공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우리는 지금 위험에 처한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 고객과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This moment calls for public discussion, and we want our customers and people around the country to understand what is at stake").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타협은 결국 우리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게 됩니다. 암호화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Compromising the security of our personal information can ultimately put our personal safety at risk. That is why encryption has become so important to all of us").
"오랫동안 우리는 암호화를 통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왔습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그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우리는 그 정보를 우리 애플도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신 아이폰에 담긴 정보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죠"("For many years, we have used encryption to protect our customers' personal data because we believe it's the only way to keep their information safe. We have even put that data out of our own reach, because we believe the contents of your iPhone are none of our business").
"지금 미국 정부는 우리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며, 만들기에 너무 위험하다고 여기는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에 대한 백도어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Now the U.S. government has asked us for something we simply do not have, and something we consider too dangerous to create. They have asked us to build a backdoor to the iPhone").
"우리는 이러한 요청이 우리의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완전한 자유와 해방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합니다"("we fear that this demand would undermine the very freedoms and liberty our government is meant to protect").
- 원문:
애플 홈페이지, 번역문:
허핑턴포스트코리아'고객들께 드리는 글'과 팀 쿡의 이전 발언에서 드러난 대로, 이 사안은 단순히 기술적인 보안 이슈가 아니라 우리의 '프라이버시(privacy, 개인정보)'에 관한 문제다. 우리가 게시판에 쓴 글이나 소셜미디어에 남긴 댓글·주고받은 이메일이나 추천한 콘텐츠를 살펴보면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만약 여기에 여러가지 신상정보까지 더해진다면(공권력은 이미 신상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건 정말 본인도 깜짝 놀랄 만큼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권력자나 범죄자가 확보한다면, 우리의 인권과 자유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모든 사람들의 기기에 담긴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력"은 실로 막강한 힘이고, "프라이버시를 저버린 채 우리의 메시지나 건강 정보, 개인 금융 정보, 위치 추적 정보를 가로채고, 심지어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 마이크와 카메라에 접근할 수 있는 감시 소프트웨어" 앞에서 일반 시민은 그저 철저하게 무력할 수밖에 없다. 암울한 SF에 등장하는 감시·통제 사회는 바로 이런 기술을 거대 권력이 광범위하게 이용하면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잘 알지 않는가.
획일성과 낮은 인권 감수성, 다양성과 높은 인권 감수성한국에서도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 이은 사이버망명을 겪었다시피, 국내 사법기관들도 IT업체들의 협조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만 해도 통신사업자들이 각종 수사기관(경찰·검찰·국정원 등)에 협조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건수는 문서 수 기준으로 25만 9184건에 달하고, 전화번호(또는 ID) 수 기준으로는 무려 1028만 8492건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이 몰려있는 미국의 경우, 2013년에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 사실 폭로 이후 여러 업체들의 '투명성(Transparency)' 보고서 발간이 이어졌다.
보통 투명성 보고서에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각 국가 사법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구 ·게시물 삭제 요청·저작권 및 상표권 관련 고지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국내 포털들도 해외 IT업체들처럼 투명성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국가기관들의 주타겟이 되는 이동통신사들(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은 단 한 곳도 투명성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이통사들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도대체 얼마나 갖고 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고, 수사당국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어떻게 동의를 구하는지도 우리는 잘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그렇게 프라이버시가 침해됐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인권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극소수 재벌 대기업이 독점한 이동통신 시장을 이용하며 우리는 애플을 마냥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팀 쿡과 애플의 사례를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그들의 인권 감수성도 결국 그 구성원들의 다양성에서 나오는 셈인데, 한국처럼 획일적이고 양극화가 심한 사회에서는 인권 감수성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팀 쿡이 애플의 CEO 자리에 있으면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할 때 발표했던 글을 보면서 이 얘기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한국의 기업들 중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실천할 수 있는 회사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우리는 애플이 자리한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연방 의회 앞에서 고용평등법을 지지하는 강고한 태도를 고수해왔습니다. 애리조나 주 의회가 게이 공동체를 겨냥한 차별 법률을 통과시켰을 때 우리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계속할 것입니다"("We've taken a strong stand in support of a workplace equality bill before Congress, just as we stood for marriage equality in our home state of California. And we spoke up in Arizona when that state's legislature passed a discriminatory bill targeting the gay community. We'll continue to fight for our values").
- 원문:
비즈니스위크, 번역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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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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