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경제개혁조치 발표 이후 다음날 카라카스 센트로 풍경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 1위, 치안불안, 하이퍼 인플레이션, 생필품 및 의약품 부족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하루 하루 일상을 살아나가고 있다.
안준모
그러나 차베스 사후 상황은 모두 바뀌었다. 집권여당은 우왕좌왕하고 있으며 국가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유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실례로 최근 발표된 미국 카토 연구소의 '2014 세계 고통 지수'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108개국 중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 1위에 선정됐다.
이 통계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합산하여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을 계량화한 것이다. 국민들은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끝없는 줄을 서고 임금으로 지불받은 볼리바르화의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 결국 지난 17일 마두로 현 대통령은 차베스 시절의 외환통제모델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는 발언을 남기고 새로운 경제개혁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경제개혁조치는 두 가지 주요한 변화를 담고 있다. '휘발유 가격 인상'과 '환율 체계 변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먼저 휘발유 가격의 경우 기존 옥탄가91짜리 휘발유는 리터당 0.07볼리바르에서 1볼리바르로, 옥탄가95짜리 휘발유는 리터당 0.097볼리바르에서 6볼리바르로 인상됐다. (옥탄가란 가솔린이 연소할 때 이상(異常)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옥탄가가 높을수록 고급휘발유로 평가된다) 휘발유 가격 인상의 경우 차베스 정부 시절에도 없었던 조치였기에 파격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대신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발생한 수익의 70%를 사회정책, 즉 미션사업에 투입할 계획이어서 결국 재정건전성 회복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개혁조치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베스식 외환통제모델에 마두로 정부가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는 점이다. 개혁조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마두로 현 대통령은 차베스식 외환통제모델의 수명이 다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차베스식 외환통제모델의 폐기를 선언했다.
환율 체계의 변화이번 개혁조치를 통해 기존 세 개의 공식 환율을 두 개의 공식 환율 체계로 변경했다. 더불어 외환 암거래 시장을 공식 환율 체계 안으로 완전히 흡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존 베네수엘라 환율은 정부 공식 환율(CENCOEX), 외환입찰배정시스템(SICAD), 시장환율(SIMADI) 총 세 개의 환율로 이루어져 있었다.
공식 환율의 경우는 6.3볼리바르, 외한입찰배정시스템은 13.5볼리바르, 시장 환율은 200볼리바르선 내외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번 개혁조치를 통해 일단 의약품, 식료품 등 필수 재화에 적용되는 정부 공식환율이 6.3볼리바르에서 10볼리바르로 상향 조정되었다. 사실상 볼리바르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공식화한 것이다.
더불어 외환입찰배정시스템(SICAD)을 없애고 대신 기존의 시장환율(SIMADI)을 변동환율제(SistemaComplementario Flotante)로 전환하였다. 일단 마두로 대통령에 발언에 의하면 변동환율제는 말 그대로 시장의 원리 하에 작동하게 된다. 하지만 변동환율제 운영 시 사회 및 시장의 목적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모호한 단서도 같이 덧붙인 상태다.
일단 개혁조치 발표 이후 실제로 공식환율은 10볼리바르로 상승했고 변동환율제의 경우도 처음으로 200선을 넘은 202.94 볼리바르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베네수엘라의 환율 체계 변경은 단번에 30% 가까운 평가절하를 단행하여 암시장을 흡수한 아르헨티나 마크리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해 보았을 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또한 국가의 외환시장 개입 없이 변동환율제를 암환율 수준까지 상승하도록 용인할지 대단히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