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의 20대 투표율. 1985년~1993년까지가 20대 투표율이다. 1, 2차 둘 다 참여한 유권자는 (연한 회색 부분) 1차 투표에만 참여한 유권자(진한 회색 부분) 2차 투표에만 참여한 유권자(옅은 분홍색 부분)로 구분돼있다.
INSEE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와 2차 결선투표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두 번 모두 투표한 유권자(그래프의 옅은 회색 부분)를 기준으로 1985~1993년생 투표율은 65% 내외임을 알 수 있다. 1차 투표에만 참여한 유권자(진한 회색 부분)와 2차 투표에만 참여한 유권자(옅은 분홍색 부분)를 합쳐야 겨우 80%가 좀 넘는다.
그러나 두 번 중 한 번만 투표한 사람까지도 포함해서 투표율을 그렇게 세는 것이라면, 한 번 선거에 참여한 사람만 세야 하는 한국 선거와 직접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높고 어느 쪽이 낮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어땠을까. 프랑스 대선과 같은 해인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의 경우를 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통계에 따르면 20대 투표율은 68.5%였다. 전체 투표율 74.8%에 비해 조금 낮았지만 17대 대선의 투표율과 비교하면 20%p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별 상승률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쟁점 2: 프랑스 청년들은 프랑스 평균만큼 선거에 참여하는가?같은 대통령선거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프랑스와 우리나라 젊은층의 투표율이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한국 20~30대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조금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프랑스 청년들은 프랑스 평균만큼 선거에 참여하는가? 그것이라도 확인되어야, 한국 청년들이 투표 안 한다고 욕먹는 게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INSEE 통계자료를 인용한 위 그래프를 보자. 표 제목을 우리말로 대강 번역해 보면 "노년층(les plus âgés)과 아주 젊은 층(les très jeunes)이 대통령선거에 더 많이 기권했다"는 것이다.
OECD 자료에서도, 프랑스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층(만19~24세)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층(만25~50세)의 투표율과 비교해 86%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의 연령별 투표율(voter turnout in France by age)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보면, 프랑스에서도 꾸준히 청년층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링크, table 4 참조).
쟁점 3: 젊은 층이 투표율이 낮은 게, 욕할 일인가?여기까지 읽은 몇몇 분들은, '그래서 투표 안 하는 게 자랑이냐?' 식의 반응을 보일 법도 하다. 물론 젊은 층이건 다른 연령대건 투표율이 높아지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은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는 젊은 층이 투표율이 낮다고 해서 그들에게 욕을 하며 왜 투표를 하지 않냐고 묻거나, 다른 세대와 비교하는 식으로 행동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다소 '외국편향적'으로 프랑스 혹은 해외와 우리나라에서 '낮은 투표율'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비교해보겠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 지식인이나 정치인, 담론 주도층이 20대의 낮은 투표율과 정치적 무관심을 지적하면서 '20대 개새끼론'까지 만들어낸 반면, 구글링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스 국제 라디오 방송 RFI의
기사는 이 문제를 조금 더 합리적으로, 그리고 누군가를 무작정 비난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낮은 투표율은 젊은 층이 낡은 프랑스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해해줄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지 않는 정치인 집단을 거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는 주거나 고용에의 접근권을 갖지 못한 상태다." (의역)젊은 세대가 투표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덜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직접적인 형식으로 하는 정치적 참여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적극적이라는 논의도 있었다(정치참여 형태에 따른 참여율을 비교한 아래의 figure 1 그래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