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때 세운 필리버스터 기록, 박근혜 정부서 경신

[주장] 테러방지법은 불통정부의 대국민테러

등록 2016.02.24 16:19수정 2016.02.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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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에 이어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로 등장하여 우리나라 필리버스터의 기록을 경신했다.

1964년 당시 김대중 의원이 동료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킨 이후, 그 기록을 깨뜨리고 경신하기까지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박정희 정권에서 세워진 기록, 박근혜 정부에서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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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런 기록 경신이 운동경기 같은 것이었다면 대환영할 일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에서 세워진 기록이 대를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 경신된다는 사실이다. 야당이 3월 10일까지 무제한 토론을 통해서 안건 처리를 무산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런 현실을 목도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늘 그랬듯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분단이데올로기를 적절하게 이용한 안보장사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불행하게도, 북한도 동반자인 듯 선거철마다 보수 세력이 안보 이데올로기로 결집할 수 있는 건수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최근 김정은 정권은 메가톤급 선물을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게 안겨주었다. 그 선물을 확대재생산하여, 박근혜 정권은 개성공단폐쇄, 사드배치, 김정은 제거, 김정은 테러 지시설 등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작고 힘없는 나라는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스위스처럼 지혜롭게 중립을 지켜도 힘겨울 판이다. 그런데 노골적이고도 자발적으로, 미국의 군사기지가 되기를 자처하는 듯한 태도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자극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일련의 조치들은 과연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한 지혜로운 처신이었을까? 이번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배치 논의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얻은 이익은 무엇인가? 최대 수출국이며 수입국인 중국을 자극하여 각종 제재와 군비 경쟁으로 인한 안보 위협을 당하면서 얻은 이익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시위 중 뇌사상태의 빠진 농민 백남기씨, 세월호 참사, 국정역사교과서, 청년 실업, 노동법 개악 등등 박근혜 정권에게는 껄끄러운 일들이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으니 대성공인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안보장사 밑천을 든든히 마련해 두었으니 새누리당과 현 정권에게는 이런 호재가 또 있을까?

참으로 안타깝다.

진정 이 나라가 건강한 나라, 온 국민의 행복한 나라가 되는 일과는 거꾸로 가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다시 회귀하여 겨울공화국을 살아가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발 소식들을 통해서 국민의 불안감을 한껏 고조시킨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어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 이미 범정부 차원의 국가테러대책회의라는 기구가 있었지만 그 수장인 국무총리조차도 본인이 수장인지 몰랐다. 직무유기다.

또한 국정원은 지난 대선 때 국가안보가 아닌 선거개입 문제로 큰 논란을 야기했다. 그러나 아직 그들이 어떤 범법행위를 했는지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의 '15년 숙원'인 테러방지법안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23일 본회의에 상정된 것이다.

국회의장의 변은 간단했다.

지금의 상황이 국가비상사태라는 것이다. 유신독재를 이어가기 위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은 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역사가 있다. 이런 선례들을 볼 때, 국가비상사태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겁박하고 오로지 자신들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테러방지법'에 들어있는 독소조항들과 애매모호한 법조항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테러방지법의 진정한 목적은 다른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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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통과를 치르겠다는 얘기인지 이것은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며 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비판했다. ⓒ 청와대


테러방지법의 주용 내용과 쟁점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국정원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이 불가능해진다는 점, 그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테러위험인물로 지정하여 통고 없이 통신이용과 금융거래, 출입국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사실상, 이런 법조항들은 국정원이 개인의 사생활까지 상세하게 들여다보아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한다. 

이런 무한권한이 주어졌을 때, 과연 국정원이 국민의 안보를 위해서 일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 국정원은 불법 선거개입과 불법 사찰 의혹, 간첩 조작 사건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러한 국정원이 스스로 자정하면서 일할 수 있을까?

UN이 지정한 테러단체 규정에 의하면 '테러방지법'이 적용할 수 있는 테러집단은 고작 IS(이슬람국가)정도 인데, 그들의 위협이 지금 북한의 위협보다 더 크단 말인가? 이미, 테러방지법이 없어도 국정원은 '김정은이 테러를 지시했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테러방지법'의 목적은 분명하다.

국민과 국가를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반대하는 단체나 국민들 혹은 자신들의 이익과는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국민을 테러로부터 지켜주는 법안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악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애매모호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테러방지법은 결국, 모든 법 위의 법, 만능의 법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그 법이 국민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만 혈안이 된 정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도 국정원뿐 아니라 경찰이나 검찰 등에서도 대테러업무를 하고 있다.

이번에 '테러방지법'을 통해서 이 모든 것을 국정원으로 획일화하고자하는 시도는 결국 국정원을 통해서 이 나라를 쥐락펴락하고, 자신들의 이익과 혹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책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억압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테러방지법'은 소통하지 않는 불통정부의 국민을 향한 테러다. 그래서 공포스럽다.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무제한토론 #비상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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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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