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에서
이상옥
그 즈음 난 두 딸의 철없는 아빠였고,할머니는 지금의 나보다 젊으셨지- 이상옥의 디카시 <오버랩-스물 여덟의 아들에게>
2월 26일. 드디어 예순의 디지털노마드로 중국 정주에 왔다. 케리어 두 개와 작은 가방과 노트북 하나 둘러매고 공항에 도착하니, 수속할 때 공안이 Z비자(취업비자)로 목적지가 정주경공업대학교로 되어 있으니까, 나보고 '라오스(老师)'냐고 물어서 '칭꽁예따세 지아오슈(郑州轻工业大学 教授, 정주경공업대학 교수)'라고 대답했다. 또 몇 가지 질문을 해지만 서툰 중국어로 대충 대답을 했더니 통과시켜 주었다.
나 혼자 힘으로 중국 현지 적응하기 아직 힘들 것 같아 미리 중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가이드 노릇을 부탁해 놓았다. 어렵사리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정주경공업대학교 외사처 직원과 아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나를 픽업하여 아무 어려움 없이 대학이 제공하는 아파트까지 왔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파트가 생각보다 크고 좋았다. 세탁기, 전자레인지, 책상, 침대, 냉장고, 에어컨, 인터넷 등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고, 아파트 관리비도 무료다.
중국에 있어도 타국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숙소 와이파이로 인터넷 전화를 이용하니 통화감도 좋고 요금 부담 없이 한국에 얼마든지 전화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세계가 구석구석 거미줄 같이 연결되어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지구촌 시대임을 실감한다. 중국에 있어도 타국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