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부터 바뀌는 CJ CGV의 차등 요금제
CJ CGV
앞좌석이 영화 볼 때 불편한 자리라 가격을 낮췄고, 낮춘 가격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좌석의 가격을 높였다는 CGV 측의 말은 듣는 사람의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든다.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뮤지컬과 연극의 좌석차등제와 CGV의 좌석차등제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
좌석 제약이 큰 뮤지컬/연극처럼 영화관 좌석을 3등급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영화는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자리가 관람의 질을 크게 좌우하지도 않는다. 맨 앞 두 줄을 제외하고는 좌석 등급을 나눈 기준도 모호하다. 다양화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목적은 수익 극대화다.
기분 나쁜 이유2. 예매할 때부터 드는 열패감 이코노미 존으로 표를 사고 프라임 존으로 옮기는 사람을 막을 방법도 없는 허점 많은 제도지만, 기업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단지 '가격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가격을 안 올린 척한 게 기분 나쁘다.
그리고 그보다 더 기분 나쁜 점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영화를 한 달에 한두 번 보는 나도 CGV의 목적이 가격 다양화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소비자는 기업이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등급을 강제로 부여받는다.
돈이 없어서 이코노미 존을 이용하든, 값싼 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프라임 존을 이용하든 소비자는 등급을 선택해야 한다. 각자 어떤 사정이 있든 간에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는 특정 등급에 앉은 나의 모습이다. '나'는 기업의 절대 목표인 수익 극대화에 희생된다. 등급은 각자의 속사정을 지우고 등급에 있는 뉘앙스만 소비자에게 남긴다.
문화는 콘텐츠를 즐기는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티켓팅 과정에도 있다. 어떤 콘텐츠를 볼지 고민하고 어떤 시간대에 누구와 어떤 자리에서 볼지 고민하는 과정도 문화다. 다른 사람들이 이코노미 존에 앉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하지 않고 엔딩 크레딧을 느긋이 바라볼 수 있는 환경도 문화다. CGV는 문화와 문화를 즐기는 '나'를 지우고 그 자리에 등급을 매겼다. 차라리 가격을 올리는 게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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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의 가격 다양화, 이거 엄청 기분 나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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