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등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46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국회앞에 모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테러방지법 제정을 막기위해 8일째 진행되고 있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우성
비판론자들의 논거는 명쾌하다. 필리버스터를 중도 포기하는 것은 진보적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이는 선거 전략상 볼 때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이 이들의 논거다. 단순히 명분론만 내세우지 않고 실리적인 요인을 함께 언급하는 것을 볼 때 이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확신 정도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 주장의 근거는 틀렸다. 먼저 필리버스터 목적에 대해서 비판론자들 상당수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이들은 필리버스터 중단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하면 '그럼 필리버스터를 왜 시작했나'라는 반론성 질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 장치이지, 봉쇄 수단이 아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결에 의해서 결론이 나기 전에 소수당이 의회와 국민을 상대로 자신들의 견해를 최대한 설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그 과정 속에서 소수당의 견해가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래서 필리버스터에 의해서 대중적 여론화가 상당히 이뤄진 이번 경우만 놓고 본다면 여당은 야당의 수정안 요구에 대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여당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공천을 앞둔 시기라는 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되기는 하나 여당은 이 사안에 대해서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 여기서 필리버스터는 사실상 수명이 다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필리버스터는 봉쇄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남은 대안은 중단하는 것 외에 없다. 사실 대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대안이라고 하면 자율적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상 중단은 유일한 선택지다. 국회 소수당이고 집권도 하지 못한 야당의 처지에서, 이 이상 제도적인 방어와 견제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물론 장외투쟁이라는 방법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리고 비판론자들 상당수는 필리버스터로 인해 고양된 현재의 열기를 위와 같은 또 다른 저항의 수단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은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라고 할 수 없다. 왜 그런가?
대안은 필리버스터를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