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숨은 악마에 대한 <공감제로>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등록 2016.03.07 10:12수정 2016.03.07 10:12
0
원고료로 응원
직장이나 혹은 가정에서 마음대로 떼어낼 수 없는 누군가로 인해 몹시 힘들어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럴 때 친구를 만나서 그 사람 흉을 실컷 봤더니, 친구도 그런 사람이 있다며 흥분하며 맞장구를 쳐준다면? 그보다 더한 위로가 없을 것이다. 이 책 <공감제로>는 바로 그런 친구와 같다.

저자 사이먼 배런코언은 런던의 세인트메리 병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생리학 수업을 청강하게 되었다. 교수는 온도에 대한 인간의 적응을 강의했는데, 나치 과학자들이 다하우 수용소에 수감된 유태인들과 다른 제소자들을 얼음물 통에 집어넣어 인간이 섭씨 0도의 물속에 머무르는 시간과 심박 수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을 한 자료를 접하게 되었다.


이 사건과 더불어 저자는 어릴 때 나치가 유태인들을 전등갓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유태인들을 비누로 만들었다고 당시 떠돌던 소문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부터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다른 인간을 물건 취급할 수 있을까?', '인간의 잔인함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매달리게 된다.

30년 동안 이 문제에 몰두한 저자는 홀로코스와 같은 '악'을 공감의 침식이라는 측면에서 정의하고 있다. 공감이 잔인함의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잔인함에 이르는 공통된 최종 경로이며,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분류되어 있다. 1장 악마라고 불리는 사람들 편에서는 '악'의 사례와 저자가 공감이라는 문제에 천착하게 된 배경이 설명되어 있고, 2장 공감의 뇌 과학 편에서는 뇌 회로 기능에 기대어 공감을 설명한다. 3장과 4장에서는 공감 제로 유형을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으로 분류하여 살펴본다.

5장 공감 유전자 편에서는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공격성을 담당하는 유전자라든지 감정 인식을 담당하는 유전자, 자폐 특성을 담당하는 유전자 등에 대해 소개한다. 6장 공감의 침식 뒤에 숨겨진 우리 안의 악마 편에서는 말 그대로 공감 기능이 약해질 때, 평범한 우리가 일상에서 악을 어떻게 저지르는지 이야기 한다. 부록으로 독자가 스스로 측정해 보는 공감 지수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3장에서 부정적인 측면을 지닌 공감제로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한 부분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경계선 성격 장애와 사이코 패스, 나르시스트가 그것이다. 그 중 경계선 성격 장애를 읽으며 '맞아 맞아'를 연발했다. 경계선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은 남들이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가정하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폭언을 일삼는다.


그리고 자신만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의 폭언으로 타인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고려할 여유가 전혀 없다. 대표적인 유형이 마릴린 먼로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이면에 버림받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유형의 사람이 극단적으로 힘겨운 상대이자 극단적으로 슬픈 인물상이라고 한다.

나를 괴롭게 하는 그 누군가는 때론 가족 안에 존재한다. 그는 가족이기에 잘라낼 수 없는 관계이며 늘 마주하게 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별 도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고 때론 괴롭히는 느낌까지 드는 그 누군가가가 이 책에서 묘사하는 경계선 성격 장애에 어김없이 딱 맞아 떨어질 때마다 가슴에 꽉 맺힌 무엇이 조금은 느슨해지는 듯 느껴졌다.

맞장구를 쳐주는 친구가 내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않을지언정,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공감 제로 -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홍승효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3


#공감제로 #사이코패스 #사이먼 배런코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사 3년 만에 발견한 이 나무... 이게 웬 떡입니까
  2. 2 '내'가 먹는 음식이 '우리'를 죽이는 기막힌 현실
  3. 3 장미란, 그리 띄울 때는 언제고
  4. 4 "삼성반도체 위기 누구 책임? 이재용이 오너라면 이럴순 없다"
  5. 5 '입틀막' 카이스트 졸업생 "석유에 관대한 대통령, 과학자에게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