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아닌 99%의 희망 <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

등록 2016.03.07 10:16수정 2016.03.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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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변화는 다수의 일반 시민이 목소리를 높이고, 투표에 참여하고, 정치에 참여할 때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일어선다면 99%가 이기지만, 우리가 뿔뿔이 흩어진다면 1%의 부유한 사람들이 승리할 것이다." - 책 표지에서

며칠 동안 최대 관심사였던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가 막을 내렸습니다. 소수당이 다수당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가 국민에게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테러방지법의 본질을 알리는데 기여했다고 믿습니다.


요즘 미국에는 샌더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빌리 샌더스는 2010년 12월,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 연장 법안에 반대하여 필리버스터에 도전한 무소속 정치인입니다. 그는 68세의 나이로 미국 상원에서 8시간 37분에 걸쳐 연설을 하며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샌더스는 현재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하는 인물로 우뚝 서고 있습니다.

<빌리 샌더스의 모든 것>은 그의 연설을 정리한 책입니다. 문장의 마침표를 지날 때마다 한 사람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거대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출마 선언 2개월 만에 5달러, 10달러를 보내는 소액지지자들로부터 1500만 달러(한화 약 168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았다는 사실은, 자신의 소신을 삶으로 살아내는 정치가가 실제 존재할 수 있으며, 또 그런 진정성 있는 정치가가 우리 99%를 위해 혼신을 다할 수 있다는 꿈, 정말로 꿈이라고만 여겼던 이상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소망으로 들뜨게 합니다.

빌리 샌더스는 상위 2%가 받는 소득세 혜택을 비판하면서 투자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소방관, 교사, 간호사, 목수 등 다른 직업인들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정책은 결국 국채를 늘리고 사회보장을 줄어들게 하며,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우리의 자녀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수차례 강조합니다.

그는 미국이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3%를 차지하는 매우 불평등한 사회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1970년대 이후 상위 1%의 소득 비율이 거의 3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일부 극부층은 끔찍하도록 탐욕을 부리고 있고, 언론은 사실을 은폐하며 왜곡을 서슴지 않는다고 개탄합니다.

빌리 샌더스의 17가지 대선공약 중 5번 '생활임금 지급'은 "1주일에 40시간 일하는 노동자가 빈곤에 허덕여서는 안 된다"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왜 이토록 부의 배분에 대한 문제에 몰두하는 걸까요? 샌더스는 방 2개짜리 허름한 임대아파트에서 가난이 가족에게 주는 영향과 경제적 계급을 생각하며 자랐다고 합니다. 값이 싸서 찌그러진 통조림을 살 수밖에 없는 서민의 삶을 본인 스스로 살아왔던 것입니다.


인권 운동과 베트남 반전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치가의 길을 가기 시작했고, 벌링턴 시장 시절에는 벌링턴을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샘플레인 호반에 콘도미니엄 건설을 저지하고 대신 시민공원과 공영 주거 단지를 형성했는데, 콘도미니엄을 지으려던 벌링턴의 백만장자 토니 포멀로가 샌더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었다는 훈훈한 일화도 있습니다.

역자의 말처럼, 저 역시 아이들에게 말로는 꿈을 가지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규직을 갖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수없이 절망하는 99%의 저에게 빌리 샌더스는 절박하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함께 탐욕스런 대기업과 대형 언론사, 금융사 그리고 이들의 이익에 붙어사는 정치인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 - 99%의 희망을 위한 8시간 37분의 명연설과 철학.공약.정책

버니 샌더스 지음, 이영 옮김,
북로그컴퍼니, 2015


#버니 샌더스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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