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산하기관 직원들, '출장' 받아 허위서명 작업

창원서부경찰서 중간수사결과 발표... "주소록은 3개 종류, 출처 수사 계속"

등록 2016.03.08 12:51수정 2016.03.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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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허위서명에 활용된 주소록은 3개 종류이고, 경남도 산하 기관 소속 직원들이 평일에 출장을 통해 서명부를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8일 창원서부경찰서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22일 창원 북면 한 공장 사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던 허위서명 현장을 선관위가 적발해 고발했고, 이 사건을 수사해온 창원서부경찰서 김대규 수사과장이 이날 수사 상황을 발표했다.

허위서명 가담자는 홍준표 지사의 측근인 박치근 경남FC 대표와 박재기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비롯해 24명. 경남개발공사 직원 11명, 경남FC 직원 4명, 홍준표 지사의 외곽지원조직인 대호산악회 회원 3명, 박치근 대표의 지인 등이다.

a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을 수사해온 김대규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8일 오전 창원서부경찰서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치근 경남FC 대표가 허위서명부를 소각한 현장 사진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을 수사해온 김대규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8일 오전 창원서부경찰서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치근 경남FC 대표가 허위서명부를 소각한 현장 사진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주소록은 3개 종류... 출처 관련 수사 계속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에 필요한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가 적힌 주소록과 자금 출처는 어디일까? 경찰은 주소록에 기재된 명단은 총 2만 9837명으로, 주소는 주로 김해, 합천, 진주지역이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주소록이 3가지 종류이고, 경남FC와 대호산악회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일부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선관위가 확보했던 주소록 자료 이외에 압수수색 과정에서 별도의 자료를 확보했다"며 "박치근 대표는 주소록 사용을 시인했고, 박재기 사장과 출처에 대해 진술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3개 종류의 자료가 있고, 여러 정보를 하나로 가공해 엑셀작업한 것 같다"며 "주소록에 전화번호는 없다, 계속 수사 중인 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주소록 출처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자금 출처와 관련해 김 과장은 "박치근 대표가 여성 3명한테 일당 5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고, 허위작성 사건이 적발되면서 돈을 지불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남개발공사·경남FC 직원들, 평일에 출장 받아 서명작업


허위서명 작업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22일까지 대호산악회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지난해 11월 21일 경남FC 사무실에서 한 차례 허위서명 작업을 했는데 여의치 않아 옮기기로 했고, 11월 27일 대호산악회 사무실을 청소해 다음날부터 서명작업을 했던 것이다.

경남개발공사와 경남FC 직원들은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대호산악회 사무실에 들러 서명작업을 했고, 평일에는 '출장'을 받아서 활용했다.

박치근 대표는 선관위가 현장 적발하기 1시간 30여 분 전 대호산악회 사무실에 들러 그동안 작업해 놓았던 서명부를 2개 상자에 담아 자신의 차량에 옮겼다. 박 대표는 선관위의 적발 사실이 밝혀진 뒤 서명부를 자신의 집으로 옮겨 놓았다가 곧바로 소각 처리했다.

김 과장은 "공교롭에 박 대표가 허위서명부를 단속 직전에 가져갔고, 자기들은 '운명'이라 진술했다"며 "소각한 현장을 확인했는데, 일부 주소록도 소각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서명용지는 박치근 대표와 여직원이 경남도교육감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 필요하면 받아왔고, 지난해 11월 중순경부터 공모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a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을 수사해온 김대규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8일 오전 창원서부경찰서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장 사진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을 수사해온 김대규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8일 오전 창원서부경찰서 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장 사진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피의자인 박재기 사장에 대해, 경찰은 추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김 과장은 "박재기 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할 만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계속 수사해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치근 대표는 '범인은닉' 혐의도 받고 있다. 김 과장은 "박 대표는 선관위에 적발된 뒤 대호산악회 남아무개 지회장한테 허위진술을 하게 해 증거인멸했고, 박 대표가 구속된 뒤인 지난 3월 2일 남아무개 지회장이 진술해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경남개발공사, 경남FC 이외의 도 산하기관은 연루된 사실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경남도청 관련자에 대한 수사는 아직 없다"며 "지금까지 수사를 믿었듯이, 주소록에 대해서도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소환 #허위서명 #창원서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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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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