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천정배 최고위 불참...당무 거부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 이견으로 당무를 거부하고 이날 회의에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남소연
야권통합과 연대 논의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국민의당 지도부가 사실상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2월 2일 창당 이후 40일 만에 찾아온 최대 위기다. 더 큰 문제는 야권 통합과 연대를 주장하는 김한길 선대위원장(11일 사퇴 선언), 천정배 공동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접점이 없어 문제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정배 '수도권 연대' 위한 독자 행보 돌입
안 공동대표, 천 공동대표,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심야에 회동을 하고 야권 통합과 연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통합 제안 이후 의견을 달리 하던 지도부가 결론을 내기 위해 처음으로 모인 자리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아무도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회동은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야권 통합 반대 방침을 세웠지만 김 의원은 야권 통합 내지 연대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했다. 천 공동대표 역시 통합 불가 방침을 인정하면서도 '비호남 연대'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두 사람 모두 야권의 분열로 인해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서는 안된다는 명분을 제기했다.
그러나 안 공동대표는 야권 통합은 물론이고 연대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죽어도 이 당에서 죽겠다,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 있다"라며 야권통합과 연대에 전혀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 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총선 목표는 3당체제의 정립"이라며 야권이 선거에 패할 경우 "국민 앞에 책임을 지겠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던 국민의당 지도부가 3자 회동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천 공동대표는 연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차적으로 당무를 거부하고, 최종적으로 무산된다면 탈당 할 수도 있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확인시켰다.
또 천 의원은 독자 행보에 나서면서 사실상 안 공동대표와 결별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낮 12시 야권 연대를 추진 중인 '총선승리를 위한 수도권연대'의 대표인 함세웅 신부 등과 오찬을 할 예정이다. 이후 이날 오후 늦게까지만 서울에 머물다 광주로 내려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까지 논의에 진전이 없다면 사실상 분당의 길을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의원도 이날 선거대책위원장 직을 사퇴하며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 역시 안 공동대표가 야권 연대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사실상 당을 떠나겠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야권의 통합과 연대는)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 등 압승을 막아내기 위한 것이었으나 안 공동대표의 강고한 반대를 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더민주, 김한길 지역구 공천 보류하며 '통합 압박'
이러한 지도부의 분열은 곧 국민의당 자체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지층, 김한길계와 호남 출신의 더민주 탈당 의원, 천정배 공동대표의 국민회의 세력이 결합한 연합정당의 성격이 강했다. 안 공동대표가 태도를 바꾸지 않아 김 의원과 천 공동대표가 이탈할 경우 이들 세력 전체의 이탈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안 공동대표는 변화의 움직임이 없다. 안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적당히 낡은 정치, 옛날 방식에 타협할 수 없다"라며 "오직 우리 국민의당만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허벌판 칼바람이 불어도 한 발 씩 힘내서 갈 것"이라며 '통합 불가'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태도는 국민의당 공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정연정 대변인은 국회에서 24개 지역의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현역의원 공천 탈락이 한 건도 없는 가운데, 서울 도봉, 영등포와 경기 남양주, 충남 천안 등 이미 더민주에서 공천을 마친 지역에도 단수 후보를 내거나 경선 지역으로 지정했다. 연대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은 이번 주 안으로 결론이 나지 않으면 통합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아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 결국 국민의당의 운명은 하루이틀 내에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가 이날 3차 공천 결과 발표에서 통합을 위해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 공천을 보류했다는 점에서 국민의당 분열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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