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전한 엄마의 말, 나는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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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는 했어?""네. 청소는 해드렸는데요. 설거지는 내가 옥상 구경하고 와서 하려고 했는데, 내려오니까 할머니가 다 해놓으셨어요. 엄마, 그리고 할머니가요…. 외롭다고 하시면서 우리 집 가까운데서 살고 싶다고 하셨어요."엄마는 그런 말을 왜 딸인 내게 하지 않고 손주에게 하셨을까.
"그런데 엄마, 할머니가 그 말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하셨어요." 뭐? 두 번이나?
"그런데 제가 봐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 외로우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계속 사시게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고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많이 컸다. 어느새 그런 걸 다 볼 수 있을 만큼 아이가 자란 걸까? 나는 아직 부모님께 자식 도리도 못하고 있는데 내 자식은 벌써 이렇게 커서 나를 혼내고 있다. 이건 아니지 않냐고.
엄마가 팔순이 넘어가 기력도 많이 떨어지고, 마음도 많이 외로우셨을 게다. 그런데 다 큰 손주가 혼자 찾아와서 청소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니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이렇게 오며가며 손주들 얼굴 보면 얼마나 반가울까 하는 마음에 그런 말씀을 꺼내셨으리라. 마음이 복잡하다.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했지만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걸까. 언니·오빠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만일 이 이야기를 언니·오빠에게 한다면 아무 대안 없이 말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말을 꺼내야 할 것이다.
'이제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두 분만 사시는 건 아닌 거 같아. 우리 집 가까이 이사 오시는 게 좋겠어. 집은 사시는 집 세 놓고 그 돈으로 구하면 되니까 걱정할 건 없어.'이런 식으로? 아니다. 언니·오빠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부모님 의사를 확인하는 게 먼저 해야 할 일 같다. 아니, 아니다. 그것보다는 남편과 상의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같은 집에 사는 것은 아니라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시가 눈치도 보인다. 그런데 관계된 모든 사람이 다 동의를 하면 또 뭐하나? 이사 올 만한 돈이 있어야지. 상의든 합의든 뭘 했더라도 경제적으로 이사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인터넷을 뒤져서 시세를 알아봤다. 지금 부모님 사시는 집을 세로 내놓으면 우리 집 가까운 아파트로 세를 얻는 것은 가능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사 오는 걸 찬성하시는 걸까? 서울에 볼일을 보러 자주 다니는 아버지는 지금 사시는 곳에 서울 가는 전철이 있어서 편하게 외출하셨다. 그러니 우리 동네로 이사하는 것을 반대하실지도 모른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이틀이 지났다. 뭐 하나 딱히 결정 난 것은 없었지만, 친정에 전화조차 드리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닌 듯했다. 친정에 전화를 걸었다.
되레 숙제를 떠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