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이 최근 출간한 <발언I>과 <발언Ⅱ>는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녹색평론사
생태인문지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이 최근 출간한 <발언I>과 <발언Ⅱ>는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저자가 2008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시사인>, <한겨레>, <경향신문>에 쓴 글들을 2012년 9월을 기준으로 나눠묶은 두 책은 '성장 없는 시대에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김종철 발행인은 1972년 '역사관과 상상력'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에 당선된 후 문학평론집 <시와 역사적 상상력>(1978), <신동엽론>(1989) 등을 펴냈고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는 여러 칼럼을 통해 대안에너지와 생태적 생활방식 도입으로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가난한 사람은 밥만 먹여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위 엘리트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착각이다. 민중에게는 밥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은 각기 인격적인 존재로서 자기 인생의 주체로 살고자 하는 깊은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차베스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발언II>에서 그는 특히 환경과 정치가 '국민이 주인 되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두 요소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내다 임기 중 암으로 숨진 우고 차베스의 예를 들어 국민 각자가 주체가 되는 삶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베네수엘라는 문맹률 제로(0) 국가다. 정부는 스페인어로 쓰인 소설 <돈키호테>를 100만 부 넘게 발간해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문맹퇴치 운동이었다. 차베스 치하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글을 배우고 문화를 즐기게 되었으며 대학에 진학했다.
국민들은 농촌과 도시 등 지역에 따라 20세대부터 200세대 정도의 가구를 1개 단위로 묶은 '공동체 평의회(communal councils)'를 결성해 자기 동네와 관련된 문제를 토의, 결정했다. 그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경험한 것이다. 정치에서 소외됐던 가난한 사람들이 공부하고 책을 읽으며 자기 동네를 바꿔나갔다.
저자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차베스를 통해서 모처럼 민주주의를 체험한 민중을 다시 노예 시절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베스 이전의 베네수엘라는 1958년까지 10년간 군사독재를 경험했으며, 석유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정부가 펼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1980년대에 국가부채 위기를 겪기도 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이었다. 차베스는 서방언론 등으로부터 '독재자'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사실 석유를 바탕으로 형성된 기득권 세력과 피나는 투쟁을 통해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시행한 정치인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지난달 국회에서 9일 넘게 이어진 필리버스터가 의미 있었던 것은 여당의 독주에 질리고 무력한 야당에 실망했던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폭력 사태 등으로 조롱받던 국회가 부모·자녀들이 함께 찾아와 방청하는 학습의 장으로 바뀌었다. 대화의 가치와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저자를 흉내내어 말한다면, 이렇게 민주주의를 체험한 이들을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억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 속의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좋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