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투쟁의 강한 힘은 유머?

[서평] 스르자 포포비치의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눈길

등록 2016.03.16 08:25수정 2016.03.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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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를 통한 비폭력 투쟁이 부패, 독재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 책이 나왔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지은이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 옮긴이 박찬원 / 펴낸곳 (주)문학동네 / 2016년 3월 2일 / 값 15,000)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지은이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 옮긴이 박찬원 / 펴낸곳 (주)문학동네 / 2016년 3월 2일 / 값 15,000) (주)문학동네
세르비아 출신 사회운동가 스르자 포포비치의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2016년 3월, 문학동네)은 비폭력 투쟁이 사회정의로부터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부패와의 전쟁에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한 투쟁까지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더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한 싸움임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촛불집회,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등 이어지고 있지만 이런 비폭력투쟁의 성패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이를 위해 단결, 계획, 비폭력주의 규율 등 비폭력 투쟁의 기본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의 힘(people power)이라는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내는 큰 계획과 작은 전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부터 뉴욕의 오큐파이 운동까지 오늘날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는 운동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베이스 기타 연주자였던 저자 또한 세르비아 오트포르(저항) 운동을 주도한 사람이다. 오트포르는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쓰러뜨린 비폭력주의 운동이다.

독재를 타도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저항으로 여겨져 왔다. 독재나 정권에 대항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두렵기도 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전략을 수정하라고 말한다. 진지한 투쟁보다는 웃음과 재미를 주는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독재 타도에 있어 산전수전을 다 겪은 현재의 한국인들에게도 저항의 방법을 수정하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비폭력 행동주의가 세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지, 사회변혁을 이끌어낸 성공적인 운동들의 핵심적인 특징들을 사례를 통해 얘기하고 있다. 또한 비폭력주의를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비폭력운동 하면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은 웃긴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폭력 투쟁의 강한 힘은 유머에 있고, 유머가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포함해 오락거리로 넘치는 이 시대에 단기간에 대중조직을 조직하려면 유머보다 좋은 핵심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독재자 밀로셰비치를 축출한 세르비아 오트포르 운동에 있어서의 거리공연 활용이 이 책의 핵심 키워드이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실 정치는 지겨웠고, 우리는 모든 것이 재미있기를 바랐으며, 무엇보다 웃기기를 바랐다. 오트포르 초창기에는 웃음이 정권에 저항하는 가장 큰 무기였다. 밀로셰비치 독재정권은 결국 두려움을 먹고 자란 것이었다. 이웃에 대한 두려움, 감시에 대한 두려움, 경찰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그러나 공포의 시절 우리 세르비아인들은 두려움의 가장 큰 적수가 웃음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 본문 중에서 -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유쾌하게 웃기고 영리하게 설득해야 한다'는 소설가 장강명씨의 추천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저자가 강조한 권력을 휘두르면 값을 치른다는 말도 머리 속 깊이 되새겨진다.

이 책의 목표는 확신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힘있는 자, 약자를 괴롭힌 자, 악랄한 자, 대개는 냉혹한 권력 집단인 그들이 도저히 꺾을 수 없는 상대들에게도 유쾌하기 그지 없는 활동만으로 그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 스르자 포포비치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베이스기타를 연주했고, 1998년 세르비아 독재자 밀로셰비치를 권좌에서 끌어 내린 비폭력 저항단체 오트포르의 리더였다.

2003년 캔바스라는 비폭력행동주의와 전략응용센터를 설립해 이집트 시리아. 튀니지, 몰디브 외 여러 나라의 민주화운동에 직접 도움을 줬다. 2011년 <포린 폴리스>선정 '100인의 세계 석학'에 올랐고, 2013년 세계경제포럼은 세계를 이끌 젊은 지도자로 저자를 선정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스르자 포포비치.매슈 밀러 지음, 박찬원 옮김,
문학동네, 2016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스르자 포포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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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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