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해찬 무소속 출마선언은 본인 자유"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15일 정오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경제할배와 허심탄회 런치토크'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이해찬 의원의 무소속 출마 선언에 대해 "본인이 탈당해서 출마하는 것은 본인 자유이지만, 우리 공관위에서 적정한 분을 찾아낼 것이다"고 말했다.
유성호
그러면 김종인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먼저 이것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살펴봐야 한다. 김종인은 총선을 앞두고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 있던 제1야당의 구원투수이자 법정관리인과 같은 자격으로 영입된 사람이다. 당연히 그의 목표는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총선 전략은 우선 총선의 메인 이슈를 '위기에 빠진 경제'에 두고 더민주가 '대안있는 유능한 경제정당'이 될 수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 총선에서 최대한 선전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이 현실적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의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김종인은 판단한 것 같다. 우선 경제 위기론이 부각되는 것을 꺼려하는 보수 세력의 저항이고, 친노패권주의론을 제기하는 제2야당인 국민의당의 저항이다.
보수 세력은 안보 이슈를 통해서 경제 이슈가 전면화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보수 언론에서는 안보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는 민생 경제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흐리는 방식으로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보 이슈는 야당의 실책이 결합될 경우 언제든지 종북공세의 소재로 활용될 수도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 김종인은 예상되는 보수 세력 공세의 예봉을 막기보다는 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몇 몇 단어 선택에 있어서 큰 실수를 했고, 그 결과 오히려 보수 측의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김종인은 햇볕정책을 중시하는 야권 지지층의 정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본인 의도를 관철시키려고 했다면 '평화=경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대응하는 것이 옳았다.
그 다음으로 김종인은 국민의당이 내세우는 친노 패권주의 이슈를 정치적 희생양을 통해서 약화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인연이 있는 인물로 국한되는 협의의 친노에서는 이해찬 의원을, 그리고 운동권까지 포함된 광의의 친노에서는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 시킨 것으로 보인다.
야당을 망치는 친노·반노 프레임친노 패권주의론은 매우 뜨거운 주제이고 생각보다 복잡하다. 다만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를 야당이 아직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8년동안 집권한 보수 세력이 전전(前前) 정부을 끌어들이는 것은 책임회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보수 측에 의한 '친노' 공세는 이제는 약효가 떨어질 때가 되었다. 그래서 야당 내부에서 이 점을 해소하지 못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한심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친노 프레임은 질적으로 안좋은 방향으로 이미 흘러가고 있다.
보통 프레임 효과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양적인 차원에서 실질보다 과대 혹은 과소로 포장하는 경우가 있으며 둘째로는 질적인 차원에서 본질 자체를 다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경우이다.
전자에 의한 친노 프레임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가 가능하다. 일정 정도 객관성을 띠는 것이므로, 실사구시형의 인물과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 등의 조처로 대응이 가능한 영역이다. 그런데 문제는 후자의 반노 프레임이다.
이것은 관념이 실질에서 벗어나 유체이탈하듯이 제멋대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고 심지어 변형까지 하면서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소통과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친노·반노 프레임은 지금 이 상태에 있는데, 그렇다 보니 양 진영 내의 정서와 논리는 항상 상대를 향해 전투 모드에 있다.
그런데 이 사안에 있어서 더민주는 수세적인 입장이다. 왜냐하면 국민의당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필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것을 모른다고 독자들이 비난해도 사실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것을 저명하신 정치인들과 지식인들도 모르기 때문에 야당이 저 모양 저 꼴 된 것 아닌가?
김종인은 여기에서 정치적 희생양을 통해서 국민의당 공세의 예봉을 피하려고 한 것 같다. 이것은 앞의 보수 세력의 안보 이슈에 대항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종인의 방식이라면 누군가 희생양은 필요하므로, 그 대상이 이해찬과 정청래가 아니었으면 그 대신에 누군가 상징적 컷오프의 대상이 되어야만 했을 것이다.
구조적인 맥락에서 친노·반노의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이 글에서도 밝혔고 앞의 다른 기고문에서도 밝혔지만 필자는 정청래 의원과 이해찬 의원이 컷오프 된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렇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된 과정을 여러 번 복기해보아도 이 사안을 김종인 대표 개인적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은 결코 온당하지 않으며 이것은 야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관련기사 :
이해찬 컷오프, 무엇이 문제인가?).
친노·반노 계파 싸움으로 야당 자체를 초토화시켜놓고 화약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전쟁판 자체를 만들어 놓아서 야권 내부의 자해적 역량 악화의 씨앗을 잉태시켜놓은 주체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본질적 대안은 무엇일까? 사실 총선을 앞두고 아름다운 소통과 조정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정치세력 사이의 갈등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정리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도 있다.
다만, 친노·반노 지지층들은 왜 이해찬 컷오프에 대해서 비판적이고 심지어 울분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좀 더 구조적인 맥락에서 성찰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 김종인을 비난하는 것으로 심리적 안위를 얻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사태의 구조적 본질을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해보면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허물과 과오가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친노든 반노든 원래 하나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김종인을 비난하는 것으로 야권연대와 통합을 하지 말고, 더 크고 긍정적인 차원에서 야권연대와 통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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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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