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훈센 총리가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2년 후 총선을 대비, 30년 장기 독재의 권위적인 모습을 희색시키기 위해 서민적 이미지를 부각하려 노력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훈센 총리 페이스북
그는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에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 당시 눈이 반쯤 감긴 피곤한 모습의 자기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지루한 연설을 듣던 중 잠시 졸던 자신의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려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훈센 총리가 이를 그대로 흉내낸 것이다.
사실 캄보디아 국민은 총리의 행동이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의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서민과 소통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 '동네 할아버지' 같은 소탈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훈센 총리의 전략은 국내 유권자에게 어느 정도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훈센 총리는 본인 페이스북 계정 방문자들의 댓글에도 속히 반응하고 있다. 심지어 댓글 중 일부를 정책에 반영하는 등 활용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리가 올린 페이스북 글 한 줄, 사진 한 장에도 정부 당국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나라에선 '훈센 총리의 말 한마디가 법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평소 SNS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정부 관료들마저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페이스북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집무시간에도 페이스북에 매달려 총리의 글을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기에 바쁜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있다.
또한 캄보디아에서는 지방정부 책임자들이 페이스북으로 국민들과 소통하거나 정책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훈센 총리는 이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자신의 개인홍보용 앱까지 만들었다. 자신의 페이스북과 연동해 조회 수를 늘리려는 방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영리한 SNS 활용, '현실 인기'는 글쎄훈센 총리가 페이스북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삼 랭시가 이끄는 통합야당(CNRP)은 진보 성향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시기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점차 퍼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또한 저가의 중국산 스마트폰이 쏟아지면서 소셜미디어의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삼 랭시 야당 총재는 4년간의 긴 해외망명생활 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야당 지지자들과 거의 매일같이 소통하했다. 현 여당과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거나 자신들의 정강·정책을 홍보하는 도구로 페이스북을 적절히 활용했다. 이러한 유권자들과의 소통은 야당의 선전으로 이어졌다. 그해 총선에서 20여 석의 야당은 전체 의석 123석 중 55석을 얻는 파란을 일으켰다.
훈센 총리가 이끄는 정부·여당은 간신히 총선을 이겨 정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정부·여당은 뒤늦게나마 SNS의 정치적 활용 가치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가입했지만 거의 활용되지 않던 총리의 페이스북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 2월에는 '좋아요'를 누른 누리꾼이 2백만 명을 넘어서면서 삼 랭시 야당 총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30년 장기집권 철권 통치자인 훈센 총리는 나이 60대 중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정치적인 목적으로도 시의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매우 영리한 정치인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사실을 입증해주는 사건이 지난해 있었다. 그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최대 정적인 삼 랭시 야당 총재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