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국민들은 (야권이) 다시 결합해서 새로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절실한 소망을 갖고 있다"며 "이 당에 와서 소위 패권정치라고 하는 것을 씻어내려고 계속 노력했고, 앞으로도 패권정치가 더민주에서 부활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소연
우선 더민주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더민주는 야권연대에 관해 성실한 노력을 기울인 바가 없다. 여론전만 한 것이다. 사실 김종인 대표가 야권통합 카드를 꺼낸 이후 총선에서 야권통합-연대에 관한 공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넘어간 것처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통합을 거부한 이후 차선책으로 논의되었던 야권연대 문제로 안철수-천정배-김한길 등 지도부 사이의 논쟁이 발생하다 보니 안철수 대표가 야권연대의 키를 쥐고 있는 듯한 여론이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뒷 부분에서 언급하겠지만 안철수 대표는 제3당론에 치우쳐 야권통합 및 연대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은 맞다. 그런데 더민주의 김종인 대표는 이미 그러한 점을 예상한 것처럼 안철수 대표에 대한 매우 공격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정의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사실상 무대응했다.
김종인 대표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1:1 경쟁력에서 더민주보다 우월한 후보가 현저히 적은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처지를 고려할 때 전면적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더민주가 일정 정도 양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철수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가능성과 현실적 효과 측면에서 의문시되는 야권연대에 힘을 쏟기 보다는 고정 지지층이 있는 정의당과 달리 지지층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안철수의 힘을 약화시켜서 실질적인 여야 1:1 구도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여건을 보면 지난 19대 총선과 같은 전면적 야권연대는 여러모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전면적 후보 조정과 같은 구체적 결과 도출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만 본다면 한가지만 본 것이다.
야권연대는 후보자간 연대도 있지만 지지층 사이의 연대도 있다. 지금은 특히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지층 사이의 반목이 심하기 때문에 갈등할 때는 하더라도 연대할 때는 한다는 흐름을 정치 지도자들이 보여줘야만 했다. 그래야 지지층들이 전략적 투표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강도 야권연대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김종인 대표만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지금 더민주당에는 야권연대를 주장하는 뚜렷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야권 분열에 따른 공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한다.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가?
결국 프리라이더가 되고 싶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야권연대라는 공공재는 탐이 나는데, 막상 자기가 이를 위한 비용을 내거나 희생을 하기는 싫은 심리이다. 바로 그것이 현재 더민주 주요 구성원들의 솔직한 속마음 아니겠는가. 그러니, 김종인 대표가 저런 방식으로 나와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는다.
더민주당 의원들의 행태가 하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므로 김종인 대표가 관심법으로 그들의 속내를 간파하여 비난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현재와 같은 강수를 두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더민주 의원들이 강하게 나섰으면 김종인 대표가 현재와 같은 노선을 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 더민주 구성원들은 매우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무의미한 제3당론에 빠진 안철수 대표그 다음 안철수 대표의 문제는 무엇인가? 안철수 대표는 요새들어 제3당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의 이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우선 현재 정의당이라는 명백한 제3당이 존재한다. 정의당이 국민의당보다 당세가 작기는 해도, 역사성과 정체성을 놓고 보면 제3당의 위상에 가장 부합하는 정당이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을 제3당이라고 포지셔닝 하고 싶은 것 같은데, 그의 주장에 동의할 학자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당은 민주당 계열 정당의 한 분파라고 규정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해석이다. 그래서 1당은 새누리당, 2-1은 더민주, 2-2는 국민의당, 3당은 정의당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당의 숫자가 여러 개라고 해서 그 수만큼 정당의 정체성이 다르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유의미한 사회적 균열을 반영하기 위해서 조직된 정치결사체라고 볼 수 없으며 그 동안 오랜 기간 반복되어온 민주당 계열 정당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정당이다. 그러므로 향후 더민주와 국민의당 중에서 누가 헤게모니를 쥐고 상대를 흡수 통합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단지 지금 원내 제3당이라고 해서 3당 체제를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제3당론을 정치공학적 시각에서 서포트하는 논리가 바로 3당 경쟁이 여야 1:1 구도보다 오히려 야권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보면 중앙당 차원의 여야 1:1 구도는 보수 여당 지지층의 단결을 촉발하여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야당 사이의 혁신경쟁을 해서 파이를 늘리고, 보수층을 자극하지 않는 조용한 단일화(유권자의 사표방지 심리 및 후보자 사이의 연대)을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우선 안철수는 전국적 지지율은 일정 정도 높지만 특정 지역 내에서 본인 힘으로 당선자를 낼 수 있는 곳이 호남 외에는 없다. 야권이 기존에 약했던 지역에서 새로운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헤게모니 쟁투인 것이다. 그리고 2012년 대선 당시 조사를 보면 안철수 지지층의 성향을 구분해본 결과 2:1로 진보 야권층이 더 많다.
야권연대 반대론이 오히려 정치공학적 사고다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경쟁을 통해서 격한 대립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지층 사이의 균열이 심화된다. 원래 당의 역사성이 다른 정의당과 더민주 지지층 사이는 꽤 우호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반면, 원래 뿌리가 같았던 더민주당와 국민의당 지지층 사이는 오히려 상당한 거리감이 있고 심지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런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없이 알아서 연대하라고 하면 이와 같은 갈등과 차이가 제대로 극복될 수 있을까? 이 모두 야권연대를 모두 정치공학적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나온 오류다. 야권연대를 정치공학적 시각의 산물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필자는 오히려 그것이 지지층의 심리적 간극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공학적 주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야권연대를 정치공학적 시각에서만 접근하여 현재처럼 무산시킨 것은 매우 문제가 많다. 더민주와 안철수 대표는 이 점을 깨우쳐야만 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야권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강대강 대결을 지속하면 야권 공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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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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