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빌 영역 지도오로빌의 모습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영역 지도의 모습
김광철
그곳 공동체를 직접 방문하여 거기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의 후기를 빌리면, 그 안에는 한국인들도 20여 명 살고 있다고 하고, 오로빌 주민들은 주변에 살고 있는 인도 현지인들과도 교류를 하면서 어울려 지내고 있다고 한다. 오로빌 공동체에는 세계 40여 개 나라 사람들이 모여와서 생활하고 있는데, 공동체 운영비로 한 달 3000루피(9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고 한다.
한국인들 중에는 이곳 공동체에서 살다가 돈이 부족하여 한국으로 돌아가서 돈을 벌어가지고 다시 들어와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 취업을 하거나 노동을 하여서 돈을 벌 수도 있는데, 기껏해야 한 달 3000루피 정도 버는 것이 고작이어서 기본적인 자기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4인 가족이 들어와서 생활하려면 한 달 약 90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니 말이다.
한국에서와 같이 경쟁으로 하루 24시간 바쁘게 내몰리는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 그렇게 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 나락으로 떨어져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이곳 오르빌 공동체는 하나의 이상향인지 모른다.
2012년 독일로 탈핵 도시 탐방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옛날 동독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재그공동체 마을을 방문했다. 옛날 동독시절 비밀경찰이 주둔했다는 땅을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수십 만 평의 땅을 사들이고 공동체 마을을 만들었다고 한다. 약 400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그들 중 100명 정도는 공동체 마을과 관련된 일을 하고, 나머지 3/4의 사람들은 공동체 밖에서 일자리를 갖고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식사 준비 활동과 마을 공동 농장을 경작하는 일에는 의무적으로 참여하여야 하지만 나머지는 다들 각자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매월 일정한 금액의 운영비만 내면 주거며, 식비 등 모든 것이 해결된다. 자녀들은 공동체 내에 학교가 있어서 거기에 다니는 것은 아니고, 공동체 밖의 학교를 마음대로 선택하여 다니는데, 방과후에는 공동체 내의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돌봐 준다고 한다.
공동체이기 때문에 에너지도 공동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이 기본이고 그 외에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고, 겨울에 난방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는 자연에너지로 난방이라든가 열공급이 다 해결이 안 되어 일부는 가스를 때어서 해결하고 있었다. 건물은 새로 지은 것은 아니고, 기존에 있던 건물들을 리모델링하여 공동 목욕탕이라든가 공연장, 전시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 공동체 내에는 독신 남여들이 많이 살고 있고, 자유 연애가 가능하여 얼마간 같이 살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또 파트너를 바꾸어 살기도 하는 등 이런 것들이 남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롭게 열려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이 마을에는 미술 분야라든가 음악 등 예술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고 들었다.
오로빌 공동체를 생각하며 시 한 수를 써 보았다.
오로빌에서/김광철아메리카 인디언 추장의 편지를 생각한다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는가?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가 있는가나무 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의 수액을 실어 나른다인간이 돈을 만들고돈을 모아 자본을 만들어 권력이 되고권력은 끊임없는 착취를 통하여 더욱 거대해지더라끝없는 경쟁을 통하여 승리하는 자는 살아남고패퇴하는 자는 소멸해 가야하는 이 무한경쟁의 세상 속에숨이 턱밑까지 치밀어 올라온다질식할 것 같다그러다 죽을 것 같다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기계 부속으로 전락한 자본의 메카니즘 속에서내가 누구이며나는 왜 살아야 하며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우리 몸 속에 면면히 흐르는 공동체의 디엔에이는이 목마름에 대하여 오로빌로 답을 한다더불어 함께 살고자 하는 세상사람들이여그대들 신념이 무엇이든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상관없나니다 모여라끊임없는 명상과 요가를 통하여내 자신을 깨닫고 업을 끊고 자유로울 수 있나니신성을 깨우쳐 자유와 평화가 넘쳐나는 세상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고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고자 하는 해방의 욕구가 넘쳐나는 이상향타밀족이 그랬고라다크 사람들이 그랬고아메리카 인디언들도 그랬나니우주와 자연과 우리와 내가 모두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구나내 아름답고 평화로운 영혼의 숨결이 온 숲에 넘쳐나서풀벌레 한 마리에도 스쳐가는 바람결에도 살랑거리는 작은 우주가 여기에서 열리나니우리 일행은 오로빌 공동체를 주마간산격으로 보고 퐁디셰리를 향하여 돌아오면서 가이드가 인도하는 인도식당으로 이끌려 가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가이드에 이끌려 오로빌 공동체 관광을 온 인도인들과 함께 대중식당으로 간 것이다. 거기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인도인들은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다들 맨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식당 종업원에게 수저를 달라고 해서 식사를 하였다. 이게 다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