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기모노 빌려입고 졸업식 촬영, 왜?

일본의 대학 졸업식 풍경

등록 2016.03.18 10:40수정 2016.03.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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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제가 근무하는 류코쿠대학에서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졸업식이지만 못내 서운한 마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그간 공부한 학생들이 나가고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은 학교가 가진 규칙, 철칙입니다. 입학한다고 누구나 졸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학교에 다니다가 큰일이 생기거나 심리적으로 생각이 깊어서져 공부에 맘을 두지 못하고 졸업을 못하거나 졸업이 늦어지는 학생도 있습니다.


a              졸업식이 열리는 체육관입니다. 졸업생이나 학부모님들이 다 들어갈 수 없어서 학부별로 나누거나 두 세 학부가 함께 졸업식을 합니다.

졸업식이 열리는 체육관입니다. 졸업생이나 학부모님들이 다 들어갈 수 없어서 학부별로 나누거나 두 세 학부가 함께 졸업식을 합니다. ⓒ 박현국


일본 사회는 이런 행사가 많고, 이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해당자들이 거의 모두 참가합니다. 그리고 식에 맞는 옷도 준비해서 입습니다. 특히 대학 졸업식에서 여학생들은 기모노를 입고, 남학생들은 보통 검정색 양복 정장을 입고 참석합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거나 말하지 않아도 모두 그렇게 합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기모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빌려서 입습니다. 전문적으로 기모노를 빌려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졸업식이 있기 한해 아니면 전 학기부터 학교 안에서 기모노 회사가 들어와서 소개를 합니다. 학생들은 그것을 듣고 예약해 빌려 입습니다. 이때 기모노 회사는 학교 교실을 빌려서 임시 칸막이를 설치하고 학생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합니다.

a              다 같이 졸업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중간에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1학년부터 한국어를 선택하여 공부한 학생들입니다.

다 같이 졸업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중간에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1학년부터 한국어를 선택하여 공부한 학생들입니다. ⓒ 박현국


기모노를 빌려서 입는 것은 따로 돈이 듭니다. 늘 공부나 아르바이트로 바쁜 학생들이 돈이 드는 일인데도 기모노를 빌려서 입는 것은 아깝지 않게 생각합니다. 일생 한 번밖에 없는 대학 졸업이고 기념할 만한 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대학 졸업과 가장 밀접한 것은 취업입니다. 일본 대학 역시 학생 1학년 때부터 취업에 대해서 준비하도록 강조합니다. 대학 서열을 취업률이나 취업활동 지도 정도로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대학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제 주위 학생들을 보면 취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다 취직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더 공부하고 싶어서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서 워킹홀러데이 비자를 받아 외국 유학을 가는 학생도 있습니다. 아니면 장래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자격을 찾아 다른 공부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기모노 색깔 안에는 입고 있는 사람의 깊은 고뇌와 그간의 노고가 들어있는지도 모릅니다.


a             우연히 무늬는 같고 색이 다른 기모노 옷입니다. 모두 축하하는 마음으로 셀카를 찍고 있습니다.

우연히 무늬는 같고 색이 다른 기모노 옷입니다. 모두 축하하는 마음으로 셀카를 찍고 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졸업식 #기모노 옷 #류코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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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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