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17일 공개된 <뉴스타파> 중 한 장면.
뉴스타파
[기사보강: 18일 오후 10시 45분]"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을 다시 새기는 오늘,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를 다짐해봅니다."
지난 3일,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을 지역 초등학교 입학식을 찾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를 다짐"한다는 말이 꽤나 울림 있게 다가온다.
그런데, 그 다음 세대에 자신의 딸은 꼭 포함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서울시장 후보였으며 평창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나경원 의원은 3선으로 현재 동작을 공천을 확정지은 상태다.
지난 17일 <뉴스타파>가 제기한
'나경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보도를 보면 그런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뉴스타파>는 "'공짜 점심은 없다'... 나경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등 세 꼭지의 보도를 통해 지난 2011년과 2012년,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통과한 뒤 현대실용음악학과에 입학한 나경원 의원의 딸이 부정 입학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심도 있게 다뤘다.
2012년 성신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묵인하고 특혜를 줘 결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 측근들이 성신 학원 분쟁에서 비리 의혹을 받는 심화진 총장을 위해 일정 역할을 했고, 심 총장은 정치적 뒷배를 자신의 입지 구축을 위해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심 총장이 친인척을 정년교수로 부당하게 임용한 정황과 이에 대해 항의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탄압 받는 정황도 소개됐다.
엄마 나경원은 정말 결백한가
▲3일 17일 공개된 <뉴스타파> 중 한 장면.
뉴스타파
"성신여대와 학생과 교수들은 총장의 전횡에 맞서 유례 없이 힘겹게 싸워왔지만, 징계만 당할 뿐이었습니다. 한국사회의 기득권 권력의 방패가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권력의 핵심에 나경원 의원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 <뉴스타파>의 질문입니다. 나경원 의원은 장애인의 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정치적인 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딸이 받은 특혜로 다른 장애인이 받았을 차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방송 말미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나경원 의원은 방송 이튿날인 18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해명 아닌 해명을 내놓았다. 나 의원이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이라며 정치 입문 이후 숨기지 않았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을 앞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뉴스타파 언론보도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라고 단언했다.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며 우리나라 선거의 고질인 흑색선전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습니다. 비방은 이제 저 나경원에 대한 거짓과 모함을 넘어 가족에 관한 부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울함을 참는 것이 억울함을 키울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관계를 아무리 투명하게 해명한들 끝없이 의혹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그들에게 단호하게 대처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법관출신 나경원이 아니라, 정치인 나경원이 아니라 아픈 아이를 둔 엄마 나경원으로서 반드시 왜곡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이날 나 의원이 내놓은 해명은 '두루뭉술' 그 자체다. 요약하면 이 정도다. ▲ 수백 명의 장애인 수험생이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다. ▲ 딸이 정상적인 입시 절차를 거쳤고, 다른 학교 전형에도 1차 합격한 상태에서 성신여대를 선택했다. ▲ 특혜와 배려는 다르다. 장애인 입학전형은 일반인과 다를 수밖에 없다.
성신여대 측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뉴스타파>의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입학 의혹'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명백한 허위·왜곡 보도"라며 "<뉴스타파>가 학내 일부 구성원의 엉터리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뉴스타파를 상대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비롯한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자 최승호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차 나경원 의원의 '항변'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내용은 없습니다. 뉴스타파는 왜 딸이 면접에서 '우리 어머니가 나경원'이라고 밝히는 등 명백한 실격 사유가 있었는데도 합격한 것인지, 왜 성신여대가 특혜를 주었는지 등 매우 구체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 의원은 구체적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딸이 '내 어머니가 나경원'이라고 한 것, MR테입을 틀 카세트를 가져오지 않아 심사위원장이 면접 일정을 멈추고 직원들을 시켜 갖고 오게 한 것'을 특혜가 아니라 배려였다고 말하고 싶은가 봅니다. 다른 장애인 수험생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졌을까요? 무조건 실격 처리되지 않았을까요? 나 의원 딸은 20명의 다른 장애인 학생들과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나 의원 딸이 받은 특혜로 최소한 다른 학생 한 명은 불합격처리 된 것입니다. 이것이 특혜가 아니란 말입니까?"나경원 의원과 심화진 총장은 왜 침묵하나
▲3일 17일 공개된 <뉴스타파> 중 한 장면.
뉴스타파
30여 분에 달하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나 의원의 '항변'이 얼마나 두루뭉술하고 허술하며 '장애인 딸'을 앞세워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지 '감별'할 수 있다. 당시 면접에 참여한 이재원 성신여대 정보기술(IT)학부 교수는 <뉴스타파>에 "지적 장애가 있는 걸 감안하더라도 부정행위는 부정행위"라고 못 박았다.
이외에도 교직원이나 학생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면접이 60%를 좌우했던 전형 과정을 '특혜'로 볼 대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 의원의 딸이 반주음악(MR)이 없으면 실기 면접에서 드럼 연주를 할 수 없다고 밝힌 점, 25분 여를 기다린 끝에 실용음악학과장인 이병우 교수가 교직원들을 시켜 카세트 플레이어를 구해와 면접을 속개한 점, 면접 당시 김씨가 자신의 어머니가 나경원 의원임을 암시하는 자기소개를 늘어놨다는 점 등이다.
이재원 교수를 비롯해 인터뷰에 응한 성신여대 구성원들은 한목소리로 "그랬다면 당연히 탈락감"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성신여대가 나 의원의 딸이 입학하던 해에 장애인 전형을 처음 도입했고, 그해만 유독 김씨를 포함해 세 명이 입학했으며, 이듬해부터 장애인 전형의 입학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뉴스타파> 보도내용이다.
나경원 의원 "이듬해에도 장애인 학생 뽑았다" |
나경원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성신여대에 확인한 결과 딸이 입학한 이듬해에도 장애인 전형 입학생이 있었다"라며 "성신여대에서도 관련 증거 자료를 언론에 공개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또 하나. 김씨의 면접 당시 호의를 베푼 정황이 폭로된 이병우 교수가 나 의원이 조직위원장으로 있던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에서 음악 감독을 맡았다는 점 또한 나 의원측이나 이병우 교수가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이 같은 <뉴스타파>의 여러 의혹 제기에 나경원 의원과 심화진 총장, 이병우 교수와 성신여대 측 관계자들은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부정입학 의혹'이 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