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 땅"만 알면 빼앗겨도 할 말 없다

[서평] 김병렬 역사이야기, 최덕규 그림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

등록 2016.03.25 10:32수정 2016.03.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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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어른이나 아이나 한결같다.

"독도는 우리 땅."


그런데 우리는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 분노만 할 뿐이다. 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지, 우리 땅이라고 명확히 하면 안 되는지 등등 더 깊숙이 묻거나 토론을 하려들면 발을 빼기 일쑤다. 식상한 주장에 지친 것인가. 아니면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최근 독도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일본은 내년부터 사용할 고교 사회과 교과서 10권 중 8권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수록했단다. 심지어 일본 고교교과서 27종에 "日영토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거"했다는 내용도 실렸단다.

일본 초·중학교에 이어 대부분의 고교에서도 독도가 일본 땅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식으로 교육을 한다는 것.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말인가. 당연히 독도는 우리 땅인데, 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가.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지속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국방대학교 김병렬 교수의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을 집어 들었다. 막연하게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생각했고, 그 말만 되풀이할 뿐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 했기에 더 집중해서 읽었다.

우리 아이들은 독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행히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 주인공 나리는 독도에 대해 관심이 많다. 독도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하는가 하면, 궁금한 점을 통해 '독도 지킴이'로 나서기까지 한다. 참, 기특하다.


독도는 서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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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지키는 우리들> 책표지. ⓒ 사계절

나리와 친구들이 독도를 조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 광화문이다. 아이들이 찾은 것은 도로 원표다. 도로 원표를 본 아이들은 독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도로 원표가 뭔데?"
"우리나라 모든 도로가 여기서 시작된다는 표시야. 그러니까 청주는 이쪽으로 146킬로미터, 부산은 이쪽으로 456킬로미터 떨어져 있다는 거지."
반장의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독도가 있어!"
"어디?"
반장이 가리킨 곳을 보니 '독도 435km'라는 동판이 박혀 있었다.
"우아, 진짜 있네!"
"그러게! 부산보다 가깝잖아!"
- 18쪽

사실, 도로 원표에 독도가 새겨진 것은 나리 아빠의 노력이었다. 1998년, 도로 원표에 독도가 빠진 것을 알게 된 김 교수는 서울시에 민원을 넣었다. 그가 서울 시청에 전화하고, 시장실에 찾아가서야 동판에 독도를 새겨 넣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음모는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해 11월, 일본은 외부성의 주요 과장들로 구성된 '평화 조약 문제 연구 간사회'를 만들었다.

"외무성 연구회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46년 1월, 일본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맥아더 원수가 연합군 총사령부 지령 제 677호를 통해 한국의 울릉도와 독도, 제주도를 일본 영토에서 제외한 것이다. 요시다는 연합군 총사령부 정치 고문관 월리엄 시볼드가 사는 관저를 찾아갔다." - 29쪽

요시다는 맥아더 지령 제 677호에 불만을 갖고, 시볼드에 뇌물로 청탁하여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계략을 꾸민다. 요시다는 맥아더 지령 제677호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거짓 자료로 <일본에 딸린 작은 섬>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특히, '이 섬에 대해서는 한국식 이름이 없으며, 한국에서 만든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지어냈다. 또, 한국 경비정에 붙잡혀 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 어선들에게 독도로 고기잡이를 나가게 했다. 요시다의 노력에도 '독도가 한국 땅'임이 확실해 지자, 독도를 폭격 훈련장으로 만들려는 새로운 음모를 꾸민다.

"음, 보고서는 잘 봤네. 그러니까 독도를 미군에게 빌려줌으로써 그곳이 일본 땅이라고 간접적으로 인정받자는 얘기 아닌가?"
"그렇습니다."
"미군이 받아들일까?"
"그들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일단 독도를 우리 일본 섬이라고 하면서 폭격 훈련장으로 쓰라고 하면 고맙다고 할 겁니다."
"그래, 그러잖아도 미국 공군은 지금 훈련장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가 훈련장을 제공해 주겠다고 하면 얼씨구나 할 거야."
- 42쪽

1948년 6월 8일, 독도에서 미역 따기를 하던 영순네는 큰 아픔을 겪는다. B-29 비행기에서 떨어진 폭탄때문에 영순이 아빠가 죽은 것이다. 10일, 한국 해양 경비대 포항 기지 부사령관은 '독도 폭격 사건'을 울릉도 경찰서장에게 보고 받았다. 울릉도에서 조사를 마친 주한 미군 군정 조사단은 사망·실종 16명, 중상 8명, 경상 21명, 사체 2구 발견, 무사 귀환 17명, 파손 어선 23척이라고 군정 장관에게 보고했다.

미 국무부 결론 "독도는 일본 땅"... 우리는 몰랐다

"사실 울릉도도 우리 일본 땅인데, 지금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땅이라고 하기 곤란해졌습니다. 하지만 독도는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분명히 우리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 일본 땅이라고 밝혀야 합니다."
"으음, 알았소."
"작년에 한국 사람들이 죽은 것은 남의 땅에 불법으로 들어가서 작업하다가 죽은 겁니다. 그러니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시볼드는 묵묵히 요시다의 말을 듣기만 했다.
-  67쪽

요시다의 집요하고 질긴 주장은 2016년 일본 교과서 주장과 거의 흡사하다. 마침내 미국 국무부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결론을 내린 적도 있었지만, 강화 조약이 몇 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최종 울릉도와 독도가 명시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데도 한국은 전혀 몰랐다. 미국이 강화 조약의 초안을 조약 상대방인 일본에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렇게까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데도, 한국은 "독도는 우리 땅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만 처리했다. 한국 전쟁 중인 1951년 7월, 한국 대사를 통해 조약문 초안을 받고, 교수들의 자문을 통해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독도, 파랑도를 한국 땅으로 명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미국 국무부는 독도가 어떤 섬인지 몰라 한국에 다시 연락하고, 한국 대사관 직원은 위치를 정확히 몰라 울릉도 또는 다케시마 근처 섬이라고 알려줬다. 미 담당자는 다케시마가 하나의 섬이 아닌 여러 개 섬으로 이뤄져 한국이 이들 바위나 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고 오해한 것이다.

이후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도 된 듯, 한국 어선들을 무차별로 끌고 가고 독도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말뚝을 박았다. 당한 그들은 울릉경찰서에 신고했다. 정부가 일본과 외교 공문을 주고받는 동안, 울릉도 주민들은 독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여 재향군인회에서 독립한 상이군인회에 의용 수비대를 맡겼다. 1954년 5월 말, 독도 의용 수비대를 만들어 상이군인회는 홍순칠 대장을 뽑고 7, 8명을 독도로 보냈다.

1982년 유엔은 바다에서 벌어지는 다툼을 해결하려고 해양법 협약을 채택했다. 1994년 유엔 해양법 협약의 효력이 발생하면서 이제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바다가 공해가 아닌 배타적 경제 수역이 되었다. 1998년 일본은 어업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영해 침범을 이유로 한국 어선을 끌고 갔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바른 역사 정립 기획단'을 창설해, 독도의 제원과 지명 등을 통일했다. 그해 4월, 우리나라 국민에게 독도를  전면 개방하였다.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주변에 있는 바위가 몇 개인지, 서도의 높이는 얼마이고 둘레는 얼마인지 정부 기관의 자료마다 전부 다르니, 도대체 어떤 게 맞는 겁니까?"
바른 역사 정립 기획단 독도 대응 팀장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60년이 넘도록 일본과 다퉈 왔으면서 독도에 관한 자료 하나 통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심스러웠다.
- 126쪽

나조차 독도에 무관심했던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니 이렇게 지내다가는 일본에 독도를 빼앗길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하게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독도를 지키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나리처럼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서 독도 지킴이가 된다면 좋겠다. 그럴 수 없어도 독도 지킴이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을 잘 소개하여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도록 하는 것도 그 중 하나. 또 이번 여름휴가에는 아이들과 독도에 다녀 와야겠다. 우리 가족부터 독도가 우리 땅임을 느끼기 위해.
덧붙이는 글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 l 사계절 아동문고 90 | 김병렬 (지은이) | 최덕규 (그림) | 사계절 | 2016-02-15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

김병렬 지음, 최덕규 그림,
사계절, 2016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 #독도가 어떤 섬인지 몰라 #2005년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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