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물론 김종인 대표의 중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상관없을 수 있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가 이번에 보여준 행태를 보면 그는 매우 독선적이며, 르네상스형 지식인처럼 행세하면서 기존 민주당이 구축해놓은 여러 가치에 대해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사실 지금은 선거를 목적에 두고 있고 그가 절대적 권한을 쥐고 있는 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당 내 논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몇 가지 부분에서 단순한 실언이라고 보기 힘든 매우 경직된 인식을 보여 준 바가 있으며, 이는 더민주 고유한 가치와 충돌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김종인 대표가 과연 열린 사고로 대응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는 '낡은 진보 세력의 고루한 관념과 태도'라고 대응할 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뜻대로 해야만 중도화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밀고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그가 당 대표를 물러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는 총선이 끝나도 더민주 내의 뉴스메이커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운동권과 대립된 중도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포지셔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 다른 차원에서 보면 김종인 대표는 1인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다른 정치인처럼 1인자를 높이면서 자신을 낮추는 2인자의 역할을 할 생각도 없다. 체질적으로도 그런 것이 맞지 않는 인물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한 그의 개인적 성격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더민주당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한 일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을 할 뿐만 아니라 더민주 내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대표에게도 마치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듯이 훈계를 하고 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는 매우 험한 말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김종필과 같은 정치적 2인자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더민주 중도화 전략을 위한 길목을 그가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총선 이후 더민주 진로 설정 등에 있어서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인 더민주에게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야당의 중도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먼저 야당의 전통적인 기반을 재구축한 뒤에 중도화 전략을 추진해야만 한다. 지금 민주당 계열 정당의 기본 기반은 호남 + 운동권 이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친노 세력이 새롭게 결합되었는데, 친노와 운동권 사이에는 공통 고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요새는 친노운동권으로 포괄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두 세력이 분리되어 있다. 길게 보면 2003년 민주당 분당 때부터 이어져온 과정인데, 그 당시에는 후자가 정당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라는 몇 가지 명분을 갖고 무리한 행동을 하다가 결과적으로 호남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화가 이뤄지도록 하였다. 결국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 상처를 준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반노 세력은 실용진보를 내세우는 안철수와 결합하면서 이제는 친노운동권을 낡은 진보라는 부정적 프레임화를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역편향의 오류이며 (친노)운동권을 왜소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이처럼 전통적 지지층의 분화가 과연 야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필자는 이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중도화 전략, 실용진보 모두 필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원래 야당의 기반이었던 호남 + 운동권의 결합을 통한 내적 역량의 공고화 위에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 무리수가 나오게 된다. 한 쪽이 비어있는 것에 대한 힘의 불균형과 초조함 때문에 무리수가 양 당 모두에게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파동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종인은 정치적 상품성이 있기 때문에 비례2번 정도로 영입하고 당 내 특별기구 정도를 맡아서 본인의 강점인 경제 분야에서 역할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다.
그렇지만 친노운동권이 왜소화되어 있다는 현실을 단박에 만회하고자 하는 의도에 어떻게 보면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다. 이 글의 주된 분석 대상은 아니지만 국민의당 역시 동일한 매커니즘에 의한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중도화 전략, 실용진보 등을 강조하기에 앞서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시키는 것에 먼저 힘을 써야 한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전략을 구사해보았자,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호남과 운동권이 모두 부정적 프레임화가 덧씌워진 상황에서 우회로를 찾아보았자, 그 길은 낭떠러지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여러 인물을 영입해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김종인의 경우만 보아도, 그는 야당이 활용하기에 따라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정치적 상품성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야당의 기반이 허약하다 보니 결국 그의 부정적 측면이 크게 노출되어 양 쪽 다 상처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야권 지지층의 복원이 시급하다. 이것이 김종인 파동이 야권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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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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