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은 버리기가 화두입니다.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애쓰던 세월을 돌이켜보면 분명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버리기가 모으기보다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적금을 덜어 산 것이든, 세일 때 즉흥적으로 구입한 것이든, 선물을 받았던 것이든 일정 기간 자신과 머물게 되면 그 물건의 효용과는 별개로 특별한 정서적 관계가 생겨나고 이 관계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이별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됩니다.
다양한 글로 소유에 대한 집착을 일깨워주셨던 법정스님께서는 저서 <무소유>에서 이렇게 소유의 속성을 밝혔습니다.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난을 통해 무소유(無所有)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요즘 일찍이 법정스님께서 실천하셨던 이 방법을 원용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입니다.
어떤 이는 물건은 없애도 추억만은 남기기 위해 사진찍어두고 버리기, 그림 솜씨가 있는 분은 그 물건을 드로잉한 뒤, 얽힌 사연을 적어 놓고 버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하루 한 가지씩 버리기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정리하는 부담과 저항을 줄어주기도 하지만 매일, 버리는 것에 대한 필요와 이유를 생각하게 됨으로 '단순하게 살기'에 대한 수행을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달 초에 뵈었던 윤영미 아나운서도 버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의 트위터에 그 마음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금방 버려야 하는 음식 꽁꽁 얼렸다가 몇 달 후 버린다는 거, 금방 버려도 되는 옷 옷장에 몇 년 모셔두었다가 버린다는 거, 상하기 직전 과일 아깝다고 잼 만들어 두었다가 버린다는 거, 인간이 그렇다. 아니 내가 그렇다."
#2
내 성격은 버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갓 시집온 아내의 지적으로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신혼 초 아내가 발견해준 내 성격에 대한 자각은 지난 30여 년간 스스로를 직시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의 타협점이 '갖지 않고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었습니다. 그것은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소유하는 것이었습니다.
결혼 초기 우리 부부는 집을 소유하기 위해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하는 대신 전세로 만족하기로 하고 문화적 경험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로 스무 번이 넘는 이사를 감수해야 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으므로 고달프거나 서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통장 대신 경험을 물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세 아들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미루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공연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고 외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고민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각자 원하는 곳의 여행을 잦게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원칙은 여행지에서 관람하고 먹고 즐기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되 물건을 사서 오지는 말아야 합니다. 무엇을 구매하고 싶은 욕망을 이기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야 합니다. 여행에서 소유 대신 경험을 구매하라,는 약속의 실천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모티프원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출입하는 서재의 이름은 '라이브러리 0'입니다. 책으로 채워진 공간을 '제로'(0)로 명명한 것은 비운 마음의 상태가 아닌, 선입관으로 가득한 마음으로는 책 속의 어떤 말들도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곳 서재에서 텅 빈 마음의 상태에서 자신의 영혼과 일치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저자와 공명을 해야 하고, 마음속 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운 겸양이 먼저입니다. 청아한 소리를 내는 모든 나무는 그 속을 비운 나무이듯이….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2016.03.28 16:30 | ⓒ 2016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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