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거부자에 "벽만 봐라"... 타당한 조치였다?

지노위, 명예퇴직 거부자 대기발령 구제신청 기각... 변호사 "재심 청구"

등록 2016.03.29 10:58수정 2016.03.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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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방노동위원회(아래 지노위)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창원 두산모트롤 사무직  노동자의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왜 기각했을까? 사측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에 대해 상당기간 '면벽(面壁) 책상 배치'했는데, 지노위는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유압·방산업체인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12월경 사무직 10%에 해당하는 20여 명을 명예퇴직 통보했고, 이아무개(47)씨가 이를 거부하자 대기발령했다.

회사는 사물함이 있는 사물함 한켠으로 이씨의 책상을 옮겼다. 이른바 '면벽 책상 배치'였다. 이씨는 1~2주 정도 이런 상태로 있다가 자리를 원탁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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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했던 한 사무직 직원에 대해 지난해 말에 사물함만 바라보도록 하는 자리를 배치해 반인권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금속노조


회사는 이씨한테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았다. 이씨는 하루종일 벽만 보고 앉아 있어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이씨는 지노위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했고, 그 뒤 회사는 '재교육'을 실시했다가 사무직이 아닌 '자재관리 업무'로 배치했다.

지노위 "징계 아니다"... 변호사 "재심청구"

지노위는 이아무개씨가 낸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이아무개씨 대리인 법무법인 '여는'은 29일 지노위로부터 판정서를 받았다. 이 사건 판정일은 지난 2월 25일이었다.

이씨는 구제신청하면서 "사용자가 형식적으로는 인사명령인 대기발령 처분을 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징계로써 절차 위반의 부당징계에 해당하고, 인사명령이라 하더라도 그 사유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사용자의 취업규칙에 대기발령은 인사명령으로 규정되어 있고 징계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어 대기발령과 구분"되고, "대기발령이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사용자가 대기발령 처분을 함에 있어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징계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지노위는 "재교육 대상자로 선정함에 있어 그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 일환으로써 상당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사용자는 심문회의 때 대기발령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 교육 중이고 향후 교육평가 결과를 감안해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지노위는 "이 사건 대기발령은 위법하거나 인사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구제신청 기각 판정했다.

이 판정서에 보면 '면벽 책상 배치'와 관련한 언급은 없다. 법무법인 '여는' 김두현 변호사는 "재교육을 위한 대기기간이라기에는 터무니 없이 장기간(2개월 가량)이고, 임금 30%가 삭감되는 등 불이익이 매우 컸기에 징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대기기간 중 사무실 한 켠에서 오로지 벽만 쳐다보고 있도록 하는 인권침해적 모욕을 주었다"며 "징계가 아닌 인사발령이라 보더라도, 명예퇴직 거부에 대한 보복성으로, 장기간 한 대기발령은 부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벽만 보도록 한 대기 자리 사진 한 장만 봐도 이번 사건의 성격을 알 수 있고, 어느 모로 보나 명백하게 우회적 해고를 위한 징계성 조치였다"며 "지노위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청구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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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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