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이라 부르던 사람이 느닷없이 경쟁 후보가..."

[경기 성남 분당을] 김병욱 더민주 후보... 야권연대 못 하면 '격전지'

등록 2016.03.31 08:31수정 2016.03.3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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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분당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 사무원과 함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분당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 사무원과 함께 ⓒ 이민선


[기사 수정 : 31일 오전 10시 25분]

"정말로 보수정권 연장을 바라지 않는다면, 야권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무엇이 답인지 본인이 알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화답해 주리라 본다."

김병욱 (더민주, 분당을) 후보가 윤은숙 국민의당 후보에게 보내는 조심스러운 '야권후보 단일화' 제안이다. 본 선거 하루를 앞둔 30일 오후, 경기도청사 1층 쉼터에서 김 후보를 만났다.

김 후보 심정은 복잡했다. 제2의 강남, 새누리당 텃밭으로 알려진 '분당을'에서 모처럼 야당이 당선할 가능성이 큰 구도가 만들어졌는데,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내리 3선(16·17·18대)을 한 분당을의 맹주 임태희 새누리 후보가 컷오프에 반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왔었다.

그러나 성남 중원에서 컷오프 당한 윤은숙 국민의당 후보(전 경기도의원)가 지난 23일 급작스레 분당을에 공천을 받으면서 상황이 변했다. 실질적인 '2여 2야'라는 4파전 구도가 만들어졌다. 누가, 어느 당이 우세할 것이라 쉽사리 논할 수 없는, 구도만 놓고 봐도 여야가 비등비등한 '격전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야당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은 여전히 예전에 비해서 높은 편이다. 여권의 두 후보가 득표력이 강한 전·현직 국회의원이라 표가 많이 분산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여권 후보는 새누리당 전하진(58세) 국회의원과 무소속 임태희(59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야권후보는 더민주 김병욱(50세) 가천대 겸임교수와 국민의당 윤은숙 전 경기도의원이다. 민중연합당 김미라 성남시 전 시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어부지리 할 수도 있었는데, 야권연대 못하면 '격전지'


a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분당을 국회의원 후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분당을 국회의원 후보 ⓒ 이민선


분당 을(분당동, 수내 1·2·3동, 정자동, 정자 1·213동, 금곡동, 구미동, 구미 1동)은 지난 92년 '분당'이란 선거구가 생긴 이래, 단 한 차례를 빼고는 20년 넘게 여당 후보가 당선한 지역이다. 지난 2011년 치른 재·보궐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가 당선한 '분당 대첩'이 야당의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다.

다음은 김병욱 더민주 후보와의 일문일답.

-구도만 보면 여야가 비등비등하다. 후보가 피부로 느끼는 분당을 판세는?
"외형만 보면 그렇지만, 기존 흐름을 보면 그렇지 않다. 제2의 강남이라는 분당 아닌가! 사실상 여야 2대2 구도지만, 인지도와 지지도에서 여권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구도가 주요 관심사다 보니 공약이 사라진 감이 있는데, 주요 공약은 무엇인지?
"국회의원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회의원 세비 50% 반납과 국회의원도 시장이나 시의원처럼 일 못 하면 주민이 소환할 수 있는 국회의원 주민 소환제 도입, 국회의원 처우 등 이해관계가 얽힌 일은 국회의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법을 제정하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이다.

특히, 국회의원 세비 50% 반납을 강조하고 있는데, 만약 당선되면 꼭 실천할 계획이다. '기득권에 연연한다, 일은 안 하면서 온갖 특권을 다 누린다' 등이 안타깝지만,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다. 이런 마음 달래 주려면 저부터 기득권을 좀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분당을 관련 지역 공약은 무엇인지?
"서울대 의대를 분당으로 이전하는 것과 강남까지 연결하기로 한 신분당선을 강북까지 연장하는 것, 그리고 분당, 평촌, 일산 같은 1기 신도시 도시재생을 지원하기 위한 '1기 신도시 지원 특별법 제정'이다. 모두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공약이다.

-왜 김병욱 인가, 왜 김병욱이 분당을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가?
"주민들한테 이 질문 많이 받는다. 저의 가장 큰 장점은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이라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주로 관료나 전문가, 운동권 출신인데, 난 그들과 달리 순수 샐러리맨 출신이다. 쌍용 그룹에서 출발했고 여의도 증권가를 거쳤으며, 벤처기업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대부분을 차지하는 월급쟁이 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또한, 자기계발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석·박사도 땄고 국민대와 가천대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물론 학창시절에는 학생운동도 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사회 변화와 개혁 방안을 고민해 왔다. 이런 경험과 노력, 실천력을 공적인 영역에서 펼친다면 우리나라 국정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것이 제가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 이유다."

"야권연대, 국민의당 후보만 호의적이라면 문제없다"

a  김병욱 후보

김병욱 후보 ⓒ 김병욱


- 김후보의 어부지리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다가 국민의당 윤은숙 후보 공천으로 '격전지'가 됐다. 심정이 어떤지?
"제 능력 밖의 문제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여야 1:1 구도라 생각하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 윤은숙 후보와 야권연대 논의를 하고 있나?
"직접 하지는 않지만, 주변 지인들과 당원들이 이런저런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 방침이 야권연합이니 우린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는 안철수 대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야권연대를 하면 제명한다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국민의당과 그 분(윤은숙 후보)만 호의적이라면 전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다."

- 윤 후보와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인가?
"물론이다. 윤 후보 남편이 영남 향우회 회장할 때 그 분 천거로 제가 부회장 했을 정도로 가깝다. 같은 당, 같은 지역에서 활동했으니 그 분(윤은숙 후보)한테 누님이라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그 분 왔을 때(분당을 공천받았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다. 지금도 서먹서먹하고. (윤은숙 후보는 더민주를 탈당,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경기도의원직을 던지고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의 변, 또는 유권자들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제, 정말 어렵다. 특히 청년들 너무 힘들다. 분당 또한 예외가 아니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명성에 안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한국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이 제2의 강남이라는 분당에까지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해서, 분당 주민한테 두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과거에 안주할 것인지, 변화를 선택할 것인지? 또 정치변혁을 위해 옛날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김병욱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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