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에 대한 해설을 담은 <소학집주>. 1967년 한국에서 발간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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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 해설서인 <소학집주>에 따르면, 맹자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다. 고생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것이다. 거기다가 맹모삼천지교에서 드러나듯이, 맹자네는 이사를 여러 번 했다. 어쩌면, 기록에서 거론된 세 번보다 더 많이 이사를 했을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은 맹자네가 부유한 집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고대로 가면 갈수록, 이사를 하는 집은 서민층인 경우가 많았다. 관직을 받거나 장사를 떠나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옛날 사람들은 좀처럼 이사를 다니지 않았다. 태어난 곳에서 그대로 죽는 일이 잦았다.
그것이 국가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백성들이 툭 하면 토지를 떠나 다른 데로 이주하면, 농업 생산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그들을 통제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되면 세금을 거두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백성들이 특정 토지에 묶여 평생토록 그 땅을 일구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바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국가에게는 이로운 일이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는 돈을 모아 좀 더 비싼 아파트로 이사 가는 이들이 많다. 옛날 부자들이 이런 모습을 봤다면 '저 사람들은 돈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관직·장사·병역 등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은 대개가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맹자 어머니는 수시로 이사를 했다.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나 이사를 할 수 있는 처지였다. 이것은 그의 교육열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땅이 없거나 직업이 불안정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돼지를 왜 잡는 거죠?"... 맹자 엄마의 대답은맹자는 그런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랬기 때문에, 평소에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기회가 아무래도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웃집에서 돼지 잡는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청각과 후각이 온통 그리로 쏠렸을지도 모른다.
이때 맹자가 어머니한테 질문을 했다. <소학> 계고 편에 따르면 "이웃집에서 돼지를 잡는 이유가 뭘까요?"라고 물었다. 어머니가 고기를 사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어서였는지 아니면 그냥 궁금해서였는지, 어린 맹자는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는 맹자의 질문을 듣고 '얘가 고기를 먹고 싶은가 보다'라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아들한테 고기를 먹이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맹모는 "너한테 먹이려고 그러는 거야"라고 대답했다. <소학>에 나타난 정황을 보면, 이 답변은 충분한 생각을 거친 것이 아니었다. 무심코 나온 말로 보인다.
어머니의 대답을 들은 맹자는 잠시나마 행복감에 빠졌을 것이다. 그의 신경은 이웃집 쪽으로 한층 더 집중됐을 것이다. 그런 아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는지, 맹모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소학>에서는 이 상황을 "어머니가 잠시 뒤에 후회했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정신이 번쩍 든 어머니는 얼른 '지갑'을 챙겨 들었다. 시장에 가서 돼지고기를 사 올 생각이었던 것이다. 물물교환이 적지 않은 시대였으니, 돈 될 만한 물건을 챙겨서 시장에 갔을 수도 있다. 자식한테 거짓말하는 엄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일념 하에 그는 시장으로 뛰어갔다. 이미 내뱉은 거짓말을 도로 주워 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자식을 속이는 건 거짓을 가르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