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

당신의 생각을 경계하라

등록 2016.04.01 13:59수정 2016.04.0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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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제시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왜 그럴까. ⓒ pexels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논쟁도 쉽지 않다


우리는 가끔 어떤 사안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논쟁을 벌일 때가 있습니다. 서로의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논쟁은 그 관점의 차이를 좁히기가 힘들지만, 사실 확인을 위한 논쟁에서는 정확한 자료만 확인하면 논쟁을 끝낼 수 있기에 우리는 곧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웬걸? 우리는 정확한 자료를 제공해도 근거 없이 그것을 부정하는 상대를 종종 만납니다. 이러할 때 우리는 가슴이 꽉 막히고, '심박수'가 요동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 이런 X이 다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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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 웨스턴은 "인간은 평소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반하는 정보는 외면하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는 최대한 받아들일 것이다." 라는 가설 아래 실험을 진행한다. ⓒ 한국경제


우리는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인 존재

우리는 인간이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존재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정확한 자료를 제시해도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왜 가끔 이들 때문에 '심박수'가 요동치고, 입에서 '놈'자가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2004년 미국의 심리학자 드루 웨스턴은 한 실험을 통해 이러한 현상에 대한 해답을 내놨습니다. 그럼, 그의 실험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드루 웨스턴이 실험에 앞서 세운 가설은 이러한 것입니다.

"인간은 평소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반하는 정보는 외면하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는 최대한 받아들일 것이다."

웨스턴은 이 가설에 기초해 실험을 준비합니다. 그는 대선후보 가와 나 그리고 방송인 다의 모순적인 진술 다섯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참가자들 중 50%는 기존에 가 후보를 지지해왔고, 나머지 50%는 나 후보를 지지해왔습니다.

이들에게 가, 나, 다 모두의 모순적 진술을 들려줬을 때, 어떠한 결과가 도출됐을까요? 실험 결과는 웨스턴의 가설을 입증해냈습니다. 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가 후보의 진술에 모순이 없다고 생각한 반면, 나 후보와 방송인 다의 진술에는 모순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나 후보의 진술에는 모순이 없다고 생각한 반면, 가 후보와 방송인 다의 진술에는 모순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그들이 평소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적 발언에서는 모순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들과 관련이 없거나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모순적 발언에서는 모순을 찾아냈습니다.

웨스턴 팀은 참가자들이 이러한 결론을 내리는 동안 자기공명장치를 통해 그들의 뇌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진술을 들을 때 내측중간전두엽과 ACC라는 대상회로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정보를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기능을 가진 뇌의 영역들입니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참가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발언을 들을 때는 보다 감정적이게 되며,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발언을 들을 때는 보다 이성적이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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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이비'의 한 장면 ⓒ 연상호 감독


자기 생각을 경계해야 할 이유를 보여준 실험

드루 웨스턴의 실험 결과는 우리가 사실을 밝히기 위한 논쟁을 할 경우에도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우리는 편견이나 고정관념 혹은 자신의 감정적 선호에 의지한 채, 명확한 사실을 거부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치부하곤 합니다.

이에 기초하면 왜 일부 보수적인 인사들이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의 실패가 지적될 때 그것이 실패한 정책이 아니라고 말하는지, 왜 한국 산업화의 모든 공로를 박정희 대통령에게서만 찾으려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부 진보적 인사들이 노무현 정부의 모든 점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사실을 확인을 위한 토론에서 명확한 자료를 제시해도 상대와의 이견을 좁히기가 힘든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셨나요? 그러나 실험의 결과는 토론의 상대자만이 아닌 우리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도 우리의 감정적 선호에 의해 혹은 고정관념에 의해 사실을 부정하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생각을 경계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편견에 의해 혹은 감정적 선호에 의해 사실을 말하고 있는 타인의 심장 박동수가 고동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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