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서평]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

등록 2016.04.04 14:24수정 2016.04.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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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계절이 왔다. 봄이 오면 얼었던 땅이 녹고 연둣빛 새싹이 솟아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에서도 뭔가가 스며 나오며 우리를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맘때면 들려오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 가사처럼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걷고 싶기도 하다.

이처럼 봄은 새싹만을 발아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발아하게 만든다. 모든 생명에 사랑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우리는 발아하는 것들을 마주할 때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 중에 중요한 한 가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꽃이 피는 이 계절에 우리의 꿈틀대는 마음에 친구가 되어 줄 책이 출간되어 소개해 볼까 한다.


이 책은 우리의 현실 위에 새로운 삶과 사유를 창안하고 실천하려는 연구자들의 공동체인 '수유너머N'에서 출간된 책이다. <더불어 고전읽기> 시리즈의 두 번째로, 우리 삶의 '욕망, 사랑, 경쟁'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여러 고전들과 더불어 생각해 보고자 시도한 책이다. 불과 며칠 전에 출간되었으며 우리가 늘 고민하는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수유너머N 지음 /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 / 너머학교 / 2016. 3 / 200쪽 / 15,000원
수유너머N 지음 /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 / 너머학교 / 2016. 3 / 200쪽 / 15,000원너머학교
책에서는 다섯 명의 저자들이 철학과 문학, 심리학을 통해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다섯 권의 고전, 플라톤의 <리쉬스>, 스탕달의 <적과 흑>,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이광수의 <무정>, 그리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함께 한다.

"다섯 편의 글들은 철학과 문학, 심리학을 통해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사랑의 위대함이기도 하지요. 되도록 여러 분야에서 사랑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에 대한 좁은 이해를 극복해 보고자 하는 것이 글들의 목적입니다 (···) 사랑의 철학적 기원에서, 사랑의 방식에 대한 문학적 묘사, 그리고 현대인의 사랑에 대한 비판과 올바른 사랑의 방법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나오는 사랑에 대한 글들을 통해 우리가 현재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는 혹시 잘못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각도로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먼저 "사랑이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바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즉, 사랑에 대한 질문은 2000년도 더 전부터 있어 왔고, 철학자들이 답을 찾고자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답을 얻으려고 이 질문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정당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철학으로 넘어가서 혹시 이 책이 읽기 어려울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토록 어려운 사랑을, 고전과 우리의 삶과 연결 지어 어렵지 않게 이끌어 나간다.

사랑도 배워야 할까?


 사랑이 태어나는 순간, 꽃이 핀다.
사랑이 태어나는 순간, 꽃이 핀다.ⓒ CCL(자발적 공유 표시방식)

스탕달과 에밀리 브론테, 이광수에 이어 5장에서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함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해 나간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일반적으로 사랑이 결여된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즉 사랑의 능력은 사회의 구조와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사랑의 능력이 근본적으로 저해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것들을 사고 팔 수 있는 자본주의 시대에 자칫하면 사랑도 사고 파는 것이 되버리는 사태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첫 번째 오해는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능동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다'는 수동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다르게 우리는 사랑에 여러 걸림돌이 사라진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가문에 속박되지도, 성춘향과 이몽룡처럼 신분의 위계에 제약받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습니다. 백마 탄 왕자, 나의 본심을 알아줄 누군가가 나를 찾아와 사랑해 주기를 기다리고만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누군가가 찾아오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몸을 치장하고 가꾸는 것에 열중합니다. 여기서 갈고닦는 사랑의 기술은 고작 좋은 대화술과 성적인 매력에 불과하죠."

에리히 프롬은 사랑에 대한 이론을 먼저 이야기하지만, 이론만으로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문제에 대해서 강조한다. 하지만 사랑의 실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다고 가정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가정은 사랑이 표준화될 때만 가능한데, 인간의 본질이 그렇듯이 우리의 사랑도 표준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프롬은 사랑의 기술은 우리가 겪었던 사랑의 관계를 스스로 사유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랑의 실천에 있어서 끊임없는 타인에 대한 정신 집중 없이는 '사랑의 기술'을 익힐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사랑에 대한 표준화라는 획일성과 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확장된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정신 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랑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져서 사랑을 하기가 더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는 것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찾고자 했던 '사랑의 의미'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사랑의 실천'을 더욱 더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을 더욱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태어나는 바로 그 순간, 꽃이 피어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수유너머N 지음 /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 / 너머학교 / 2016. 3 / 200쪽 / 15,000원
- 이 기사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dm012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

수유너머N 지음, 전지은 그림,
너머학교, 2016


#사랑 #봄 #수유너머 #사랑고전으로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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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미래학을 기반으로 한 미래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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