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양도차익 과세, 이렇게 하면 어떨까?

[주장] 공정과세로 가는 디딤돌... 손실액에 대해 즉시 세금환급하는 것도 방법

등록 2016.04.06 16:28수정 2016.04.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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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자들이 공감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이익은 공유하는데, 손실은 혼자 부담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익을 보면 기분 좋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한턱 내지만, 손실 봤다고 주위사람들이 술을 사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손절매의 쓰라린 마음을 안고 혼자 소주를 기울여본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것입니다.

전체 주식시장 흐름이 좋아 주변에서 모두 이익을 내고 있는데, 혼자 손실을 보고 있으면 속이 탑니다. 주식투자자를 위한 손실보험이라도 있거나, 이익을 본 사람들이 돈을 모아 좀 위로금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a  주식시장

주식시장 ⓒ 홍순탁


대부분 국가에서 과세하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조세재정연구원에서는 주식시장의 성숙도, 세부담의 형평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양도소득세를 전면 과세하는 점, 거래세에서 양도세로의 전환에 성공한 일본 사례, 거래세를 일부 인하할 경우 소액투자자는 현재보다 이익을 얻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전면적인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주요국의 금융상품 과세 현황을 보면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브라질,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호주 등이 모두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 과세를 하고 있으며, 그리스, 멕시코 정도만이 우리나라처럼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를 하게 되면 소위 '큰손'들이 철수하여 주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나라는 조금씩 과세범위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아래의 표와 같이 2016년 4월부터는 유가증권 시장 기준으로 1% 또는 25억 원, 코스닥 기준으로는 2% 또는 20억 원 이상 보유한 주주에 대해서는 과세가 될 예정입니다. 주식시장의 큰 손은 이미 과세 범위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소액투자자에 대한 전면 과세를 할 것인지 여부만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표1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
a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 ⓒ 홍순탁


정부가 해준 게 뭐가 있는데 세금을 내라고 하느냐?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주식투자자의 첫번째 불만은 정부가 해준 것도 없으면서 세금을 내라고 한다는 불만입니다. 내 여유자금이나 스스로의 신용에 의해 빌린 돈을 가지고 위험에 대한 자기부담으로 투자해서 돈을 번 것인데, 왜 세금을 떼가는지 용납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식투자자를 위해 정부가 해 주고 있는 것이 없지 않습니다. 얼마 전부터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거래의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허가 받지 않은 중개업자를 통해 주식이나 매매대금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합니다.


그 점에서 보면 2013년 코넥스 시장 개설은 주식투자자를 위해 정부가 투자한 사례입니다. 괜찮은 비상장 주식에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코스닥 시장도 1996년에 인프라를 구축해 준 것 입니다. 공시제도를 운영하고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것도 모두 주식투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입니다.

땀 흘려 일한 근로소득을 얻기 위해서 정부가 딱히 해준 것이 있을까요? 공무원이나 공공근로가 아닌 이상 직업을 구할 때도, 실제로 직장에 가서 일할 때에도 정부가 도와준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근로소득은 과세하면서 주식양도차익은 과세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형평의 관점에서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손해보면 책임질 거냐? 책임져 줍시다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주식투자자들의 그 다음의 불만은 이익이 났을 때 세금을 떼가면, 손실이 발생하면 책임져 줄 것이냐는 것입니다. 내가 혼자 위험을 감당하고 투자하는데 손실보면 모른 척할 것 아니냐는 것이 마음속에 있는 불만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더 핵심적인 불만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손실을 봤을 때 보전해 주면 어떨까요? 현재 대주주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도 1년 동안의 손실과 이익은 합산하고 있기 때문에, 소액투자자에 대해서도 최소한 1년 동안의 손실과 이익은 합산해야 합니다. 이익이 발생하면 매매대금 정산과정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도 매매대금 정산과정에서 손실에 대한 소득세 환급을 원천징수 방식으로 즉시 처리해 주는 것입니다.

손실에 대한 원천징수 방식의 환급은 주식투자자 간의 사회 보험을 만드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소액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20% 단일세율로 과세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4000만원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20%인 800만원을 원천징수 후 3200만원을 정산해 줍니다. 반대로 3000만원  손실을 보면 매매대금을 정산할 때 20%인 600만원을 환급하여 2400만원만 손실이 나도록 정산해 주게 됩니다. 손실을 봤을 때 이익을 본 누군가로부터 보전을 받으니 보험을 가입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손실에 대한 원천징수 방식의 환급은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무기한으로 해준다는 의미가 있는데, 미국, 영국, 호주, 독일에서는 이미 무기한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4년 이상의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실이 발생하면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보유하는 주식투자자의 기본적인 속성을 고려하면 세수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세에 근로장려세제가 있는 것처럼,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함에 있어 손실을 보는 사람에 대한 보호장치를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주식투자자의 심리적인 저항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증권사에 원천징수의무와 환급의무까지 부과하면 되는 문제라 기술적으로도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확보할 수 있는 세수가 얼마가 될까요? 물론,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장세 흐름과 주식투자자들의 성적에 달려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과세기준액을 1000만원으로 하고 세율을 20%할 경우 호황기였던 2010년 기준으로 15.3조원, 안정적인 상승기였던 2012년 기준으로는 6.3조원을 예상한 바 있습니다. 약간의 거래세율 인하를 동반한다면, 주식투자자들의 큰 저항 없이 제도를 안착시킬 수도 있습니다.

소액투자자까지 과세범위를 확대한다면, 기존에 과세하고 있던 대주주의 양도차익은 누진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원석 의원실에서는 2014년 양도차익 과세를 누진세로 전환했을 때 약 1.8조원의 세수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공정과세로 가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

올해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의 갈등이 심각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모두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보편복지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세수확대가 절실합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공정과세가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증세는 정말 어려운 듯합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공정과세로 가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입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도 하지 않으면서 근로소득세를 더 내라고 한다면 동의해줄 국민들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손실액에 대한 즉시 세금환급을 해주면 주식양도차익 과세 가능하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정책위원의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주식양도세 #주식양도차익 #주식 양도소득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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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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