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니를 처음 만난 날외가집 마당에서 강아지 짜니와
정가람
나는 반댈세, 나도 반댈세... 엄마들은 다 반대
그러나 난 37년 동안 개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준 적도, 밥을 챙겨준 적도, 이름을 불러준 적도 거의 없다. 친정집에서 키웠던 많은 개 중 이름을 외우고 있는 개가 한 마리도 없다면 개에 대한 내 사정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 까닭은 이렇다. 털 있는 건 곰인형도 싫다. 어릴 적의 나는 물론이거니와 우리집 세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털인형이 선물로 들어오면 몰래 버리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버릴 정도다.
그런 나한테 개를 키우자고 한다. 사랑 넘치는 눈길, 손길은 늘 아빠가 주셨지만, 끼니마다 밥과 물을 챙기고 똥 치우는 손길은 늘 엄마의 품이 들어야 했던 걸 본 터라 친구에게도,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 외가에서라도 키우자고 조르는 아이들. 이미 한 마리 개를 키우고 있는 친정 엄마도 거절하셨다. 혼자서 두 마리는 힘드시다는 이유.
그래도 계속 되는 성화에 내 편이 돼줄 친정 엄마와 시어머님께로 결정권을 넘겼다. 역시나 두 분 모두 반대하셨다. 담이 낮고 사방이 트인 단독주택에서 방범을 위해 작은 개 한 마리쯤은 있으면 괜찮을 것 같지만, 이빨과 발 크기로 봐서 중형견 이상으로 클 것 같아 키우기 힘들 거라는 까닭으로. 두 분의 의견을 방패로 내밀며 다시 강경하게 귀엽고 딱하지만 내겐 부담인 길 잃은 강아지를 다시 한 번 더 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