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호남', 문재인이 알아야 할 것들

[주장] 문재인과 안철수의 당 운영, 야권 대선지형 흔든다

등록 2016.04.08 18:11수정 2016.04.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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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막바지에 문재인의 선택이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위하여 전국 곳곳에 지원유세를 다니고 있지만 호남에서는 지원유세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8일 광주를 방문하여 '광주에서의 지지에 제대로 보답 못해 통렬하게 반성한다, 광주를 실망시킨 짐은 제가 다 지겠다'다면서 5. 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했다.

정확하게 그동안 지원유세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우선 호남지역의 문재인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고,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이 지원유세를 바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도 문재인의 지원유세를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야 호의적인 태도로 바뀐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가 자신의 절대적 지지세를 확보해야 할 호남에서 지원유세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권후보를 포기해야 하는 것과 다름없다. 문재인으로서는 결코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언제 어떤 방법으로 호남을 방문해서 지원유세를 할 것인지의 선택만 남았다고 보였다. 일부 호남 후보들이 지원유세를 요청하고 있지만 친노 성향의 후보들로 극소수이고, 당 지도부 등에서는 호남유세를 원한다면서도 진지한 반성과 사과를 전제로 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반호남정서'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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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영령들앞 무릎 꿇은 문재인-김홍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하던 중 무릎을 꿇고 있다. ⓒ 이희훈


문재인이 호남에서 지원유세를 못하거나, 지원유세 후 뚜렷한 반등이 없을 경우 이번 총선의 최대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위험부담을 안고 호남유세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호남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지배권이 상실되고 이미 국민의당으로 넘어갔다. 문재인이 지원유세를 하더라도 그러한 흐름을 바꿀 수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그만큼 책임론도 비등해 질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나 당 지도부가 문재인의 호남 지원유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선거후에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문재인과 나눠서 부담하겠다는 전략으로까지 생각된다. 또한 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호남유세를 못하게 막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워지는 효과도 있다.


문재인에 대한 반호남정서가 문제되자 친노세력 일부는 갖가지 표와 그래프를 등장시키며 참여정부에서 호남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고, 오히려 참여정부때 인사상 크나큰 특혜를 받은 호남인들이 상당히 많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인수위 때부터 호남배려 차원의 인사방침을 세웠다고 강변하면서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우는 참여정부에서 등용되었던 호남 인사들은 장관을 비롯한 일부 권력기관의 장에 한정되는 이야기다.

국공영기업의 인사, 정부부처에서 핵심보직의 인사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명확하게 부산 경남인맥에 비하여 호남차별이 심하게 이루어졌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호남차별을 이야기 하면 몇 명의 얼굴을 내세우면서 강변하는 것과 다를 것 없다.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하여 변명으로 일관하는 전두환 정권,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책임회피를 일삼는 일본의 보수세력들, 세월호의 진실을 감추려는 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태도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하여 솔직하게 설명한 다음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그래도 진보세력이라고 주창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태도여야 한다. 새누리당의 보수파와 다른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러한 부분 아니겠는가?

문재인의 호남지원 유세는 반호남정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친노가 없다거나, 참여정부에서 호남 인사를 차별한 사실이 없다거나, 참여정부의 호남차별은 일부 정치인들이 악용한 것이라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려면 차라리 지원유세를 그만두는 것이 낫다. 추상적인 언사로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섭섭함을 피해가려 들면 오히려 반문재인 정서가 커질 것임은 자명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정성' 보여야

지금까지 보여 왔던 자세와 다른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잘못이 없다고 강변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 비난이 생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박정희 생가에 가서 엎드려 절하고, 멍석 깔고 석고대죄를 하며, 함거에 스스로 갇혀 죄인을 자청하기도 하고, 살려달라고 우는가 하면, 지하철에서 멍석깔고 표를 달라고 외치는 모습들이 정치적인 쇼로 보이지만 어쩌면 지금의 문재인에게도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압도적인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안철수에 대한 지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대에서 나오는 반사적인 것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문재인의 영향 아래 있는 당이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다시 친노세력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민심의 이반을 가져온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폐쇄적인 패거리 집단으로 생각하는 친노세력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부터다. 친노 좌장이 당대표를 하면서 그들 위주로 당의 운영이 이루어졌고, 호남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비노세력들이 주도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노 위주의 공천이 이루어짐으로써 비노들의 반발심을 가져왔고, 문재인의 당대표 체제하에서는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친노 이외의 후보들이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집단적 반발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분당사태와 문재인의 당 대표 사퇴가 결정된 것이다.

친노가 비난을 받지만 사실상 일부 친노의 잘못된 태도가 문제일 뿐이다. 친노정신은 진정성과 자기희생이다. 그런데 친노가 비난을 받는 것은 폐쇄적인 패거리 정신과 자신들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선민사상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정진우(부산 북강서을) 후보에 대한 글에서 그들의 진정성을 보았다.

그들이 친노세력임은 분명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노력해온 그들의 진정성이야말로 친노정신의 전형이다. 그러나 비난받는 친노는 패거리를 형성하여 친노와 비노를 나누고, 합리적 이유 없이 비노를 배척한다. 지난 총선에서의 공천과정이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친노에 대한 비노의 적대감이 극에 달하였고, 친노에게 공천권을 맡길 수 없다는 극한투쟁에서 결국은 문재인이 당대표직을 그만두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분열로 인해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얻을 경우에는 야권분열의 책임론이 비등할 것이고 안철수가 그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 얻을 가능성도 없어 보이고,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할 경우에는 그런 논쟁은 무의미 해진다.

그동안 공천과정에서는 이한구와 유승민만 보였고, 막바지에 옥새파동을 일으킨 김무성과 비례대표만 다섯 번 하려는 김종인이 나타났을 뿐이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도 대구에서 공천에 탈락한 비박세력들이 얼마만큼 살아 돌아올 것인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다가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심상치 않은 바람을 일으키면서 지지세를 회복하고 호남 석권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기에 이른다.

그러나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처음부터 예견되었다. 왜냐하면 이미 새누리당의 분탕질 공천으로 지지자들로부터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고, 그들이 제3당인 국민의당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만일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연대를 추진했더라면 그들이 국민의당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노세력, 그리고 새누리당의 공천에 실망한 지지층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결과론적으로 안철수의 연대거부는 성공을 거두어가는 셈이고,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도 옮겨오는 가속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 염려하는 야권연대의 거부로 인한 안철수의 책임론은 더 이상 문제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더라도 호남 중심의 의석으로 인해서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하고, 궁극적으로는 존재의 의미가 반감될 것으로 주장하는 반대세력들이 있다. 그러나 호남 자민련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국민의당 역할을 폄하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야권의 지지기반은 호남이다. 호남에서 지지를 얻어야 야권의 대통령후보가 될 수 있고, 또한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호남을 떠나서는 대통령 후보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하게 된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100석을 넘긴다 하더라도 호남의 지지를 상실한다면 분열이 가속화 될 우려가 크다. 이미 영향력을 보여준 국민의당이 지방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들이 국민의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을 이탈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야권이 어떻게 재편될지의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안철수의 확고한 지지층으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국민의당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더불어민주당의 친노세력 처럼 자신들만의 패권에 몰두에서 측근들을 줄 세우기에 급급해 한다면 언제든지 호남민심의 이반을 가져올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므로 문재인과 안철수가 당의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 어떤 정치적인 모습을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서 호남의 민심은 요동칠 것이고 그에 따라 야권의 대선지형을 뒤흔들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정범 변호사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입니다.
#호남자민련 #야권재편 #문재인안철수 #친노패권 #호남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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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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