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석 기자 = 시위대가 차로를 무단으로 점거해 행진하더라도 차량 통행이 드문 밤늦은 시간에 일부 차로만 점거했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부지법 제1형사부(지영난 부장판사)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모(48)씨 등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윤씨 등은 2008년 11월15일 한국진보연대가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한 반정부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집회가 끝나자 100명 규모의 무리에 섞여 지하철로 홍대입구역까지 갔다.
이어 오후 11시께 홍대입구역 앞 4차로 도로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면서 동교동 로터리 쪽으로 행진하다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주장처럼 1∼2개 차로만 점거했다고 하더라도 사전 신고 없이 이뤄진 도로 점거로 차량의 통행에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도로 점거가 통행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 이뤄졌고 시위대가 점거하지 않은 나머지 차로를 통해 차량 소통이 가능했다며 윤씨 등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시위는 동교동 방면 4개 차로 가운데 3차로 전체와 4차로 일부만을 점거한 것"이라며 "당시 시간은 일반적으로 통행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도 아니었고 (3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차로에서는 통행이 가능했다"며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처럼 기습 시위라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한다면 집회 사전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판시했다.
일반교통방해죄를 범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재판부는 "피고인처럼 단순 가담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법정형이 높은 일반교통방해죄로 무차별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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